[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레스터시티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2부 리그에서 올라와 지난 시즌 14위로 겨우 EPL 잔류에 성공한 팀이 지금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시즌 초만 해도 레스터시티의 행보는 '반짝 질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그런 평가가 쏙 들어갔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3일(한국시간) 리버풀을 2-0으로 꺾은 이후 지난 6일 맨시티마저 3-1로 돌려세웠다. 이들 강팀을 연파해 1위를 확고히 하면서 레스터시티 우승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이미 바디(18골·3도움)와 공격포인트 1위에 올라 있는 리야드 마레즈(14골·10도움)가 레스터시티의 돌풍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을 맡은 티에리 앙리는 "이제 레스터가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 압박에 대처할 줄 알며 선수들이 긴장하는 기색조차 없다"고 맨시티전 이후 레스터에 찬사를 보냈다. 앨런 스미스 또한 "레스터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돼야 한다. 리버풀과 맨시티를 격파하는 모습을 봤다면 이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며 "특히 맨시티를 상대로는 완벽한 승을 따냈다"고 평했다.
이런 평가 속에서 레스터시티의 가장 큰 고비는 오는 14일 만나는 아스널(3위)과의 26라운드 맞대결이다. 레스터시티는 이 경기 이후 시즌 마지막인 38라운드까지 12경기 동안 4위권 이내에 있는 팀들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다. 36라운드 맨유(5위)전과 38라운드 첼시(13위) 정도가 그나마 예전 명성으로 봤을 때 레스터시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대로 분류된다. 게다가 레스터시티는 리그컵과 FA컵에서 조기 탈락했기에 이를 병행해야 하는 아스널, 토트넘(2위), 맨시티(4위)보다 체력에서도 앞설 수밖에 없다. 레스터시티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근거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9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한테 이번과 같은 우승 기회는 절대 오지 않는다. 다음 시즌은 잘해야 10위 혹은 6위 안에 있을 것"이라며 "올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선수들 역시 이런 것을 잘 알아 무조건 우승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가까이 EPL은 첼시, 맨시티, 아스널, 맨유, 리버풀 정도가 상위권을 수놓았다. 그 뒤를 이어 에버턴과 토트넘 같은 팀이 중위권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도 아스널은 12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으며 리버풀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반면 레스터시티는 1996-1997시즌 EPL 9위를 시작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때가 1999-2000시즌 8위다. 2001-2002과 2003-2004시즌은 각각 20위와 18위에 머물러 2부 리그 강등을 겪기도 했다. 지금 레스터시티의 우승 가능성을 언급하며 "EPL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행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레스터시티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제이미 바디. 사진/레스터시티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