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이 없는 기업, 한계기업에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신임 회장은 12일 산은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인 공공성에 충실해 관리기업의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없도록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국가경제의 흐름이 선순환 되도록 금융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주문했다.
산은 조직에 대해서는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는 강한 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등 핀테크(금융+기술)로 대체돼 10년 내 금융직군의 50%가 소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산은은 생존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2015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잠재적 부실요인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금 KDB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 바로 절박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지필름이 화장품·의약품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필름시대의 종말 속에서 살아남고,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태인이 노벨상 수상자 30%·세계 50대 부자의 20%를 차지하는 배경은 주어진 환경을 이기는 지혜와 절박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절박함으로 KDB만의 강점을 찾아내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KDB를 만들어 한국금융의 희망, 세계금융을 향한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도록 하자"며 "혁신은 생각에 있지 않고 행동에 있다"고 독려했다.
이 회장은 "KDB는 강력한 브랜드와 맨파워,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지명도 등 훌륭한 환경 속에 있으나,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개혁과 변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 체질개선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스스로 개혁을 이루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이동걸 KDB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12일 산은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