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매각 "기정사실화 직원 술렁"…경영권 승계 구도 변화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아는 바 없다” 부인

입력 : 2016-02-18 오전 6:00:00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일기획은 물론 삼성가(家)의 승계구도에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기획은 국내 광고업계 1위, 글로벌 순위 15위권의 알짜 회사이지만 삼성그룹 계열사의 광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7일 제일기획은 매각설 관련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해 "당사가 확인한 결과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면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도 이날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아는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일기획 매각작업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이 같은 매각설에 대해 “공시한 그대로”라면서도 “그리(매각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미 직원들은 매각을 기정사실화한 채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3위 프랑스 광고회사인 ‘러블리시스(Publicis)’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제일기획의 지분은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12.64%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제일기획(12.6%), 삼성카드(3.04%), 삼성생명(0.28%), 기타로 구성돼 있다.
 
제일기획은 지분 28.44%를 퍼블리시스에 일괄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증권가에선 프리미엄을 포함해 매각대금을 6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분 매각가와 삼성전자 등 계열사 광고 등에 관한 최종합의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17일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통해 "당사가 확인한 결과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재계에선 이번 제일기획 지분 매각설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그룹은 사업 재편과정에서 화학과 방산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 제일기획에 대한 매각설도 심심찮게 나왔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제일기획 사장을 겸하던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삼성물산 직위만을 유지한 것은 사전에 매각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관측되던 구조와도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전자와 금융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호텔과 유통,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패션과 광고’로 알려져온 삼성 3세들 간의 후계 구도 관측도 벗어나, 향후 형제간 계열 분리가 더욱 심플해 지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경영권 승계구도와 연관짓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꼈다.
 
퍼블리시스는 지난 2014년 매출 72억5500만 유로(한화 9조5000억원)의 세계 3위 광고회사다. 같은 기간 제일기획의 매출(GP)은 7조9000억원, 2015년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퍼블리시스는 TV광고 등 매체 대행을 하는 스타컴(Starcom)과 광고물을 제작하는 레오버넷(Leo Burnet), 마케팅을 담당하는 로제타(Rosetta)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해외 매출의 75%를 삼성전자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제일기획이 삼성전자 이외에 해외 광고주와의 거래비중이 작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 광고주 포트폴리오도 취약하다는 것이다. 퍼블리시스는 삼성전자의 해외 TV 광고 중 일정부분을 자회사인 스타컴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스는 제일기획 지분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과 손을 맞잡으면 최근 광고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 자회사인 펑타이는 현재 1200명의 인력을 보유한 중국 3위 디지털 마케팅 기업”이라면서 “펑타이를 포함해 제일기획의 지난해 3분기 중국에서의 실적 기여도는 매출 30%, 순이익 49%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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