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누리과정 예산 대혼란…'지속가능한 복지' 깊이 고민해야

무상보육 비용 중앙정부-교육청 떠넘기기…부처 이기주의 버리고 담당기관 통합부터 필요

입력 : 2016-02-22 오후 2:04:37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누리과정이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2012년부터 공통으로 시행하도록 만든 표준 교육내용을 말한다. 2012년 3월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3월부터는 3~4세까지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그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는데, 이때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문제가 시작됐다. 정부는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8%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에 교부하는데, 시·도 교육청 입장에서 본다면 수입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정책에 의해 새로운 지출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누리과정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중앙 정부와 전액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방 시·도 교육청이 팽팽하게 맞서며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과 대립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인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귀착된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박숙자 전 한국보육진흥원장과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대담으로 풀어본다.[편집자주]
 
(김광두) 누리과정 논란으로 전국 3세부터 5세의 유아를 가진 학부모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또 그 예산을 누가 대느냐는 문제를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토론마저 있었다.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나.
 
(이인실) 지방 교육청과 중앙 교육부가 서로 돈을 안 대겠다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정문제를 좀 복잡하지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난 1995년 지방자치를 시작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입은 2할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돈 쓰기는 거의 6할을 쓰고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돈을 지방에 내려 보내야하는 것이고, 그러한 지방재정은 두 개로 나뉜다.
 
바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으로 분리되는데 특히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교육재정이다. 그 교육재정도 또 나뉘는데, 중앙정부에서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약 75%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25%가 지자체에서 지방세나 소득세와 같은 것으로 전입해주는 교육교부금이다.
 
이런 부분에서 누리과정 비용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이냐. 중앙 정부의 말처럼 아껴서 쓸 것이냐, 아니면 지방 교육청의 ‘누리과정은 중앙에서 결정해 내려온 것이니 우리는 못하겠다. 돈을 주면 하겠다’ 그런 실랑이가 진행 중이다.
 
(김광두) 결국 돈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문제인데 현행 법에는 어떻게 돼 있나.
 
(박숙자) 누리과정을 실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다. 그런데 유치원은 교육부 산하에서 유아교육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약 4만3000여 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담당 부처가 다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것은 교육부에서 지방 교육청이 쓰도록 보내는 돈이다. 그래서 지금 지방 교육청에서는 5세 누리과정, 유치원은 급한 대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지만 3~4세 누리과정, 어린이집의 경우 교육부 소관이 아니기에 복지부나 중앙정부가 관련 예산을 내려 보내야 된다고 해 논란이다.
 
(김광두) 그럼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박숙자) 처음 2012년도에 5세 아이만 대상으로 했을 때에 어느 정도 기존 예산으로 커버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3~4세로 확대되니 필요 예산이 두 배 이상이 늘어났다. 이 문제는 기존 지방교부금 가지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줄어드는 추세니, 그 여분 예산으로 3세부터 5세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교육부와 각 지자체 교육청 간 합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누리과정의 법적 근거는 유아교육법에 있다. 그래서 초창기 2004년 만들어질 때에는 취학 직전 1년만 하는 것으로 했다가, 2013년도 법 개정을 해서 취학 전 3년으로 하는 것으로 유아교육법이 개정됐다.
 
(김광두) 그러면 어린이집도 교육부 관할이 돼야 할 것 같다.
 
(박숙자) 그렇다. 그래서 지금 국무총리실 아래 ‘유보(유치원-보육시설)통합추진단’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을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3단계로 통합하도록 했지만 사실상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인실)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도 있고 권한 싸움도 있고, 돈을 지불할 때에는 내 일이 아니지만 돈을 받을 때는 본인의 권한이 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2011년 제도 도입을 할 때 예산을 추계해 보니 1년에 약 3조원 정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더 들어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2012년부터 계속 경제성장이 낮아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세수결손이 생긴 것이다.
 
2011년도 합의를 할 때는 갈수록 학생들이 줄어드니 비용도 줄어들어 그 여유분 만큼을 5세 교육으로 돌려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이제 5세 교육으로 해 그 여유 시설을 활용하고, 선생님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지방교육청도 동의를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수 자체가 줄어드니 지방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세율을 적어도 4~5%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박숙자) 거기에다 교육감들도 바뀌었다. 기존 정부와 합의해준 교육감들이 물러나고 새 교육감들이 들어선 것이다. 사실 유아교육법과 법 시행령에는 취학 전 3년간 누리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그 지원 대상에는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기타 교육부 장관이 법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이 다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중앙정부에선 유아교육법을 집행하고 있는 교육청이 당연히 누리과정도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김광두) 결국은 돈 문제가 있고 부처 이기주의도 섞여있는 것인데,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크기가 문제 아닌가. 올려줘야 할까.
 
(이인실) 결국은 모두가 국민세금이다. 그 주어진 세금을 가지고 중앙정부도 쓰고 지방정부도 쓰고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다. 만약 지방교부금을 올려주면 그 만큼 중앙정부가 돈을 어디서 또 덜 써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설령 중앙정부가 다른 것을 줄인다면 그 삭감되는 대상은 가만히 있겠는가.
 
(김광두) 지금 경제 흐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무슨 비상한 방법을 동원하면 모를까 정상적인 흐름으로 가면 세금은 덜 걷힐 것 같다. 그런데 야당의 주장을 들으면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공약인데 왜 공약을 안 지키느냐는 주장도 있다. 사실인가.
 
(박숙자) 사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을 정확히 말하면 누리과정이 아니다. 처음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된 것은 이명박 정부인 2011년 5월에 당시 국무총리가 발표해 2012년 3월부터 도입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2011년 말에 0~2세 무상보육이 들어갔다. 0~2세가 무상보육이고 5세 아이도 무상보육이다. 그렇지만 3~4세는 소득 하위 70%만 당시 지원이 되고 있었다. 결국 3~4세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이 엄청나게 항의해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가 2013년부터 3~5세까지 다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건 대선공약이 나오기 전이다.
 
문제는 그것을 다 발표하고 난 다음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가정양육수당이란 것을 만든다고 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누리과정을 통해 완전무상이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은 그 상응하는 가정양육수당을 5세까지 주는 것이다.
 
즉 0~5세까지 국가가 모든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국가의 공공보육 책임성을 강조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다. 엄밀히 말해 누리과정 그 자체가 공약사항은 아닌 것이다. 0~5세 전부 다 무상보육으로 간다는 것이 공약이고, 특히 대선공약은 가정양육수당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그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확정돼 있었다.
 
(김광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자체를 고쳐 교부세율을 올려 달라는 등 여러 의견이 많은데 이것을 어떻게 고치면 현명한 해결이 가능할까.
 
(이인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련 법을 바꿔 그 법안에다 아주 누리과정 몫을 명시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교육자치의 정신에 일정 위반되는 부분도 있다. 자칫 스스로를 옭아매는 그런 결과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광두) 가정양육수당이라는 것도 있지만, 전업 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현상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박숙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정양육수당,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수당을 0세는 월 20만원, 1세는 15만원, 그리고 2세부터 5세까지는 10만원을 주고 있다. 지금 전 계층에 소득과 상관없이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풍조가 확 퍼지게 된 것은 2012년도에는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만 보육비를 무료로 했기 때문이다. 즉 집에 있는 전업주부들이 자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일종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해 전부 어린이집으로 보내게 됐다.
 
그래서 가정 어린이집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렇지만 사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0~2세까지 영아들은 되도록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시설 보육의 수준이 30%를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가정양육수당으로 하는 대신 전부 다 아동수당 형태로 바꾸고, 어린이집 시설은 맞벌이 부부 등 보육이 꼭 필요한 그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육서비스를 별도로 만들어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광두) 누군가 무상복지를 이야기할 때 과연 그것이 지속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그 무상복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누리과정을 둘러싼 여러 어려운 경험을 통해 무상복지에 대한 생각을 우리가 다시 해봐야 될 것 같고, 누리과정은 3세에서 5세까지 우리 아이들 보육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더 현명한 방법으로 빨리 해결되었으면 한다.
 
국가미래연구원
 
팟캐스트 방송 ‘김광두의 돋보기’에서 박숙자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좌측부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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