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을 2월부터 6월까지 시행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은 1월 구매로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입차업체는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의 대응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브랜드들이 정부의 개별 소비세 인하에 따른 고객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미 1월 판매된 차량 구매 고객들에게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 할인해줬다는 주장이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혐의로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 폭스바겐을 비롯해 볼보, 인피니티가 개소세 환급을 거부했다.
또 시간을 끌면서 검토 중이라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내부적으로 ‘환급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우디의 경우 딜러사에서 개소세 인하분에 대한 환급을 완료했다.
지난달 수입차 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4298대, BMW 2410대, 폭스바겐 1660대 등으로 약 2만여 대에 육박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 자체적으로 개소세 인하부분을 연장해 자동차 구매 고객에게 할인해줬다”면서 “개소세를 환급해주면 추가 할인을 받기 때문에 다른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산차 업체들은 일제히 1월 판매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환급에 따른 차액을 고객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해당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할 방침이다.
주요 차종별 환급액은 차이가 있지만,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130만원~210만원, 아반떼 26만원~44만원, 기아차 K7 55만원~72만원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며 “조치가 연장됨에 따라 앞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뿐 아니라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지엠 등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비슷한 방식으로 개소세 환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티볼리 37만원~42만원, 렉스턴W 52만원~72만원, 체어맨W 103만원~204만원이 환급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QM3 41만원~47만원, SM7 54만원~69만원 가량이 환급된다. 국산차 업체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발 빠르게 환급을 실시한 것이다. 개소세 환급을 놓고 국산차와 수입차 업체간 대응방식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자 일부 수입차 구매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를 구매한 소비자 김성훈(가명)씨는 “지난 연말 개소세가 종료되면서 완성차업체들도 수입차 브랜드와 같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했지만 환급에 나서고 있다”며 "정작 구매가격 대비 정부의 세제혜택은 많이 누린 수입차업체들이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고 돈많 벌고 보자는 양심불량 행위이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미니(MINI)를 구매했는데 딜러사 마다 할인이 기준이 다르다”면서 “개소세 환급에 따른 차액이 프로모션 할인에 적용됐다는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수입차 업체의 개소세 인하분에 대한 프로모션 적용은 차량을 팔기 위한 마케팅 측면이며, 정부의 개소세 인하를 통한 차액 환급은 서로 개념이 다르다"면서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차액을 환급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진/각 사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