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년보다 18% 증가한 12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부터 세제 혜택이 확대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추가 납입한 노동자가 늘어나면서다. 또 확정급여형(DB) 가입자 비중은 줄어들고, 확정기여형(DC)는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 손실을 채워야 하는 DB를 선호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가입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30명 미만을 고용한 중소·영세업체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6% 수준에 그치는 등 가입자 외연 확대가 미진해 전체 가입률이 5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보다 19조3314억원 늘어난 12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형 IRP 적립금은 전년보다 3조3358억원(44%)이나 증가한 10조8716억원을 기록하는 특징을 보였다.
세액공제 혜택이 작년부터 기존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개인형 IRP에 노동자 본인 부담으로 추가 납입된 금액이 전년 813억원에서 6556억원으로 8배 이상(706.4%)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RP는 근로자가 이·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적립해 55세 이후 일시금 또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계좌다. 이·퇴직이 자·타의로 잦아지고 있는 국내 여건에 맞춰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면 DB형이 86조3356억원으로 전체의 68.3%를 차지했고, DC형은 28조4273억원으로 22.5%다. DB형은 노동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고, DC형은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미리 정해진다는 것이 기본 차이다.
하지만 가입자 비중의 추이는 DC형이 증가세고, DB형은 감소세다.
DC형 가입자는 2012년 34.7%, 2013년 35.5%, 2014년 39.6%에 이어 2015년은 40.4%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DB형은 2012년 63.3%, 2013년 62.5%, 2014년 58.8%, 2015년 58.2%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도입률이 증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사업자가 DC형을 선호한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DB형 도입비중이 78.7%로 높고, 3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체의 경우 DC형 도입비중이 60.5%로 높다.
DB는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이 낮으면 회사가 이를 채워야 하므로 영세한 기업의 경우 부담으로 인식하는 반면, DC는 회사가 퇴직연금 전부를 가입자의 계좌에 매년 나눠 넣어 지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가입자가 운용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 상승률이 높을 경우 DB, 운용 수익률이 높으면 DC가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전년보다 55만명 증가한 59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입률은 2013년 기준 상용 근로자 1100만명 중 53.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2.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도입 사업체 수도 전년보다 3만118곳 늘어난 30만5665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업체 기준으로 보면 도입률은 1.1%포인트 증가한 17.4%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도입률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84.4%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체 의 경우 같은기간 1.0%포인트 늘어난 15.9%에 불과하다.
저금리 기조의 지속과 자산운용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의 원리금 비보장상품에 대한 투자가 2012년 5.1%에서 작년 6.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별 원리금비보장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보면 DC형 18.9%, 개인형 IRP 15.7%, 기업형 IRP 9.1% 순이다. 근로자가 운용하는 유형에서 적극적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한 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14조원 증가한 112조7000억원인데, 전체 적립금 대비 비중은 89.2%로 전년 92.2%보다 하락했다.
한편, 작년 4분기 중 퇴직급여를 수령한 4만5342개 계좌 중 일시금 수령 비율은 92.9%를 차지했다. 연금수령계좌 비율은 작년 1분기 3.1%보다 4.0%포인트 늘어난 7.1%를 기록했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정부는 저조한 중소·영세사업체의 퇴직연금 도입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제도 단일화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퇴직급여를 관리·운용하는 금융회사들이 발전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