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생애 전반에 걸쳐 자신의 재무목표를 수립하고 재원을 적절히 굴리는 '재무 설계'가 재테크의 정석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흔히 '은퇴설계'라고하면 재무적인 준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지만 은퇴준비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재무적인 준비는 그 다음이다. 누구보다 이 같은 정보에 목말라 있는 것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 주식은 장기적이자 안정적인 목돈 마련 수단이 되기 어렵고 은행금리도 낮아지기만 한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노후를 위해 인생의 각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편집자)
은퇴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안정적 수입이 없어지기 때문에 미리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노후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은퇴 후 받는 연금을 포함한 월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퇴 후 매달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연금 외에 주택연금과 ‘일자리 연금’까지 더한 5층 연금 탑을 쌓아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60세 남성은 앞으로 22.4년, 여성은 27.4년을 더 산다. 정년 연장으로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30~50대 가구주 127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은퇴 후 적정 월 생활비(부부 기준)는 269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소 월 생활비는 196만원이었다. 하지만 적정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예상한 가구주는 전체의 7.9%에 그쳤다.
최소 생활비만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가구주도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꼴로 가난한 노년층을 뜻하는 ‘실버 푸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30~50대 중산층 11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39.9%가 “은퇴 후 소득이 월 100만원도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노후를 위한 연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고금리·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연금’만으로는 은퇴시점인 60세 전후 소득이 급감하는 ‘소득 절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주춧돌로 퇴직+개인연금 3층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금의 ‘3층 보장 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이는 기초적인 생활자금으로 국민연금을, 안정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보다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연금에 가입해 3층 보장 구조를 쌓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연금 설계의 근간을 이룬다. 퇴직 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급된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을 확보하고 있으면 노후 준비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노후 준비에 주춧돌 역할을 한다. 2009년부터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전업주부, 자영업자 등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10년 이상 납부하면 만 65세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근로자라면 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입 기간 10년 이상이며 만 55세 이상이 되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도입으로 퇴직급여가 IRP계좌로 자동 이체돼 안전하게 노후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퇴직소득세 연기 효과도 있다. 일반 예금 상품보다 금리가 높아 유리하다.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IRP를 예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금저축은 납입 기간 10년 요건을 갖춰야 비과세되지만 IRP의 경우 의무 기간이 없다. 본인이 원하는 때 원하는 금액을 저축하고 퇴직 후 만 55세가 됐을 때 수령하면 된다. 아직까지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50대에게 유용한 계좌가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일자리연금' 5층탑 쌓아야
한국의 은퇴자들은 대부분 금융자산은 별로 없고, 아파트 등 주택만 한 채 있다. 이런 경우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9억원 이하)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수령하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이다. 국가가 연금을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평생 자신의 집에서 거주하면서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노후 생활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계약 만료 후 남은 주택 가치에 대해서는 자녀에게 상속된다.
다음은 일자리 연금이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단순히 자산을 불리려는 노력보다 꾸준히 소득을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역으로 일하는 시기를 연장하거나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면서도 크게 부담이 없는 일을 지속하면서 추가 소득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은퇴 후 월 100만원씩 벌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건 지금처럼 1년 만기 정기예금 연 1%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수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연령대별로는 어떻게 돈을 굴리는 노후자금 확보에 유리할까. 하예용 KB국민은행 방배PB센터 센터장에 따르면 20~30대에는 결혼자금, 주택마련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은행의 정기적금, 적립식 펀드와 주택관련 상품, 보장성 보험 등이 추천된다.
30~40대에는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상품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며, 연금상품의 경우 남편은 소득공제형으로 부인은 순수 연금형으로 필수가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0대 이후에는 100세까지 보장되는 보장성 보험과 예·적금, 채권 등의 안정적인 상품과 부동산 축소 등의 보유자산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 센터장은 "노후에 소득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정기적인 수입을 줄 수 있는 자산이나 상품이 필요하다"며 수익형 부동산, 비과세 즉시연금, 비과세 종신형 연금, 월지급식 ELS, 월지급식 펀드 등을 소개했다. 아울러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의 경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맞지 않다"며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테크가 제일 중요한 은퇴테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5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평생현역, 평생건강, 평생부부, 평생도전, 평생친구 등이다.
강원 정선군은 정선군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제7회 정선군 어르신 건강체조 발표회'에 참석한 노인들이 평소 배운 건강댄스 실력을 뽐내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