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전국적으로 32만명의 고객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97% 가량의 고객이 은행 지점을 통해 ISA에 가입했고, 증권은 3%에 그쳤다. 은행이 첫날 ISA 경쟁에서 우위를 보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ISA 출시 첫날인 지난 14일 32만2990명이 가입했으며 금액은 1095억원이라고 밝혔다.
은행을 통한 가입자는 31만2464명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증권은 1만470명(3%)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지점수를 앞세운 은행과 투자 노하우를 지닌 증권사의 맞대결에서 은행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셈이다. 보험은 56명이란 미비한 고객 수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는 이전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이 탁월한 접근성을 살려 더 많은 고객을 모집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실제로 현재 은행의 지점수는 7305개인 반면 증권사는 1200여개에 불과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 33곳에서 판매가 시작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KEB하나은행 영업1부를 찾은 고객이 ISA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모 지점 관계자는 "은행은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고 방문할 일도 증권사 보다는 많아, 고객 수에서 앞선 것같다"고 말했다.
가입 금액을 살펴보면, 은행 802억원(73.2%), 증권 293억원(26.7%)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증권을 통한 가입자들이 더 많은 돈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은 500만원에 그쳤다.
아울러 개인이 금융상품을 직접 고르는 신탁형 가입자는 32만2113명, 107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금융사가 알아서 모델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일임형은 877명, 18억원으로 저조했다.
현재 일임형 ISA는 증권사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은행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14일 출시 이후 당분간 ISA 가입동향을 각 업권별로 취합해 다음 날 일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집계 방식이 과당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눈치이나, 금융위는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명이 나가면 더 경쟁을 과열시키는 소지가 있어서 개별 회사는 발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알권리 차원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의 가입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지, 줄세우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