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복귀한다. 다만 협의회는 일단 김창근 현 의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8일 SK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며,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 SK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그룹 전체 경영방침을 결정하는 동시에, 향후 해당사 및 관계사들의 경영과 관련된 협의회 활동 역시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하지만 최 회장의 협의회 복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협의회는 '자율책임경영'을 취지로 김 의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의 주도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이는 최 회장이 제시한 '따로 또 같이 3.0'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 취지를 스스로 허물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 관계자는 "회장과 지주사는 그룹 사업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협의회는 이 가운데 발생하는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최 회장은 향후 사안별로 판단해서 협의회 활동에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작년부터 사안에 따라 협의회에 참가해왔기 때문에 복귀로 보기 힘들다"며 "협의회는 회장 중심 체제가 아닌 상근의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의 집단 지성체제"라고 강조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협의회 성격의 변화도 점친다. 협의회는 최 회장 구속 직후인 2013년부터 최 회장을 대신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계열사 간 사업을 조율하는 동시에 그룹 신성장 사업 및 인수합병 등을 주도하며 그룹의 밑그림을 그렸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한계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안정 중심의 행보로 그 역할과 기능을 스스로 축소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 회장이 SK로 돌아온 이후에야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하는 등 공백의 깊이도 보였다. 김 의장의 향후 위치를 놓고 재계 안팎이 주목하는 이유다.
한편 최 회장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리는 보아오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우치야마다 다케시 도요타 회장, 이언 리드 화이자 CEO 등 전세계 주요 경영인들이 참석한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