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늙어가는 표심을 우려한다

입력 : 2016-04-0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됐다고 한다. 출산율은 늘지 않고 있는데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OECD평균 출산율인 1.7명과 큰 격차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01년 1.3명으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인인구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 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2015)' 보고서를 보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인구 비율은 35.9%로,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노인인구 비율이 13.0%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35년 만에 그 수치가 3배 가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 비중은 2000년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가 됐으며 내년에는 그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노인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가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157년 걸렸고, 가파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그 기간이 각각 34년, 37년씩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한국이 27년 만에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급속한 고령사회 진행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경제가 위축되고 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젊은 세대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인구고령화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갈수록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4.13 총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식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전체 유권자 수 4210만명 가운데 60대 이상은 984만명(23.4%)으로 가장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비율이 20.3%(817만명)였던 60대 이상 유권자는 4년 만에 3.1%포인트 늘었지만 40대와 30대는 각각 1.0%포인트, 2.4%포인트 감소하면서 고령층 유권자가 크게 늘었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번 총선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인 고령층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선관위가 지난 달 발표한 ‘20대 총선 투표참여 의향 여론조사’에서도 60대 이상 유권자의 72.8%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적극적인 투표의사를 밝힌 20대와 30대는 비중은 각각 55.4%, 59.6%에 그쳤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유권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세대 편향적인 선거가 이뤄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젊은 세대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청년 취업이 안 되고 노인 때문에 사회적인 부담만 커진다고 아무리 불평해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시험공부가 중요하고 연인과 여행가는 것도 좋지만 선거 무관심은 4년 내내 후회할 지도 모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헛일이다.

정경진 콘텐츠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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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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