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73전74기' 끝에 국내 무대 첫 승을 올린 장수연(롯데)이 내친 김에 '보너스'로 얻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전을 노린다. 그간 가지고 있던 '비운'의 딱지를 뗀 만큼 이젠 펄펄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장수연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하우섬 코 올리나 골프클럽(파72·6383야드)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약 20억 6000만원)에 출격한다. 원래 미국 무대 시드권이 없지만 지난 1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9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폰서 초청 선수 참가 자격을 얻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돈 주고도 못 살 기회를 잡았다.
이번 롯데마트 우승은 장수연이 지난 2012년 6월 KLPGA에 입회한 뒤 약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74번째 대회 출전 만에 정상에 오르며 그간 준우승 4번에 그친 설움을 날렸다. 우승 순간도 극적이었다. 양수진(파리게이츠)와 막판까지 공동 선두를 달린 장수연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감각적인 이글샷을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수연은 곧바로 최상급 선수들과 맞대결을 치르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대회엔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미래에셋)을 비롯해 세계랭킹 선두를 다투는 리디아 고(캘러웨이), 박인비(KB금융그룹), 전인지(하이트진로) 등이 총출동한다. 국내에서 열린 LPGA 대회만 뛴 장수연은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LPGA 대회에 나선다. 낯선 환경에 나서기에 긴장될 수밖에 없다.
장수연은 롯데마트 오픈 우승 후 하와이에서 열릴 롯데 챔피언십 참가에 관해 "미국에서 하는 LPGA 대회는 처음이라 많이 설렌다. LPGA 진출이 꿈인데 좋은 기회를 얻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진출 계획에 대해선 "국내에서 몇 승 더 하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첫 승을 따낸 장수연으로서는 덤으로 얻은 미국 무대 출전이기에 잃을 게 없다. 오히려 꿈의 무대에 본격 진출하기에 앞서 자기 기량을 시험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출전 자체가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대로 멈출 생각은 없다. 장수연은 "첫 승이 목표였는데 첫 승을 하게 됐다. 앞으로 대회가 많이 남았으니 다음 우승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전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현재 분위기를 살린다면 뜻밖에 선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게 골프다. 최고의 한 주를 보낸 장수연이 국내를 넘어 미국 무대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까. 롯데 챔피언십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장수연이 지난 10일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