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지부 인력을 감축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분 영업사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장기적으로 영업부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SK가 453억원, 한국화이자가 191억원, 바이엘코리아가 35억원의 명예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을 지불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퇴직금이 107억원으로 전년(34억원)비 214% 증가했다.
이들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했다. 한국GSK는 전체 직원 700여명에서 130여명, 한국화이자는 780여명에서 80여명, 한국노바티스는 500여명에서 5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인원에서 10% 정도를 감축한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력 정비는 매출감소와 수익악화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2015년 글로벌 상위 50개 제약사가 신약 특허만료로 인해 입을 매출손실 규모는 1000억달러(113조2500억원)로 추정된다.
각국 규제당국의 허가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R&D 예산은 매년 증가했지만 신약후보물질 기근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됐다. 비용절감을 위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지부에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선 인력 감축 대상의 대부분이 영업사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영업부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별도의 영업사원을 둘 필요가 없이 국내사의 유통망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사가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해 판매하는 영업 대행은 제약업계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제약사는 인력 확충 없이 국내사의 영업망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국내사는 전세계서 검증된 신약을 도입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국내에서 매출 상위권에 포진한 대형신약들의 상당수는 국내사가 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보통 국내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영업인력이 2~3배 많다. 국내사와의 영업 파트너십 확대가 오히려 한국지부 영업부의 축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판매해주겠다는 영업이 강한 국내 제약사들이 줄서 있다"며 "글로벌 본사에서 영업부부터 인력을 줄이겠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약을 팔아줄 파트너가 많은데 인건비를 들여서 조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향후 5년 뒤에는 영업부를 없애거나 지부를 사무소로 격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