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장타력만큼은 '진짜'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리며 또 한 방 능력을 과시했다. 지금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면 50홈런 고지는 물론 신인왕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다.
박병호는 1일(한국시간)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홈 경기에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0-3으로 뒤진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투수 조던 짐머맨의 4구째 시속 87마일(약 139km/h)짜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좌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달 2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사흘 만에 나온 홈런이다.
박병호는 이 경기 전까지 피홈런 없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5로 맹활약하던 짐머맨에게 올 시즌 처음으로 홈런을 빼앗는 위력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수준급 투수의 공을 시원하게 넘기며 제대로 실력을 인증했다. 경기 후 미국 스포츠 매체 ESPN도 "박병호가 짐머맨의 무실점을 깨는 홈런을 때렸다"고 강조했다.
팀은 1-4로 패했지만, 박병호는 이 경기 후 타율을 2할 2푼 7리(66타수 15안타)로 끌어올렸다. 6홈런 8타점까지 곁들이고 있다. 팀 내 홈런 순위는 2위 그룹(3개)을 3개 차로 따돌린 단독 1위다. 6개 홈런 모두 솔로 홈런인 까닭에 타점은 공동 3위다. 하지만 장타율은 5할 6푼 1리로 팀 내 타자 가운데 역시 1위다. 타율을 빼고 영양가 넘치는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다.
팀이 24경기 치른 1일 현재 박병호는 19경기에 나서 3.17경기당 1개꼴로 홈런 맛을 봤다. 지금 흐름이라면 남은 138경기에 모두 출전한다고 했을 때 약 44개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 딱 50개를 맞추는 셈이다. 앞으로 부상 같은 변수를 생각하지 않은 통계이긴 하지만 그만큼 박병호의 최근 활약이 돋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5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1987년 마크 맥과이어가 세운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 홈런(49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신인 최고 기록도 기록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신인왕 타이틀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는 타율 2할 7푼 5리 26홈런 99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도 타율 2할 7푼 9리 22홈런 68타점으로 평생 한 번뿐인 영예를 안았다. 박병호의 현 추세라면 이들의 홈런 페이스는 넘고도 남는다. 다만 타율과 타점 수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타율 2할 8푼 7리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를 차지했다. 최고의 성적을 올린 브라이언트가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오르는 걸 지켜봤지만 지난 201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른 류현진(LA 다저스)을 누르고 한국인 메이저리거 신인왕 투표 역사상 최고 순위에 올랐다. 이제 박병호는 강정호를 넘으려 한다.
메이저리그에 점점 적응력을 키우고 있는 박병호의 방망이가 매섭다. 상대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 '야수 본능'이 메이저리그를 휘어잡고 있다.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박병호는 팀을 넘어 리그에서도 주목할 만한 타자로 우뚝 설 수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박병호가 1일 열린 디트로이트전에서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은 지난 2월 17일 열린 LA 에인절스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리는 장면.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