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수익률 부진으로 외면 받던 롱숏펀드로 자금이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014년 초반 단숨에 2조7000억원 넘게 시중자금을 끌어모으며 시장의 이목을 모았던 롱숏펀드에서는 지난해 뭉칫돈이 빠져나갔고 설정액은 그 절반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3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국내 60개 롱숏펀드로는 총 329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했다. 지난 1년 순유입 규모(1104억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한 달간 1781억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유입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롱숏펀드로 자금이 다시 모이는 것은 휘청거리던 수익률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005940)이 집계한 국내 53개 롱숏펀드 1년 수익률은 1.08%로 비교적 선방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7.45% 손실을 입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스마트롱숏 시리즈(30·50·70)'는 모두 수익률 상위에 오르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성과에 힘입어 연초 이후 이들 3개 펀드로는 총 3600억원의 자금이 넘게 몰리며 사실상 국내 롱숏펀드 자금유입세를 주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스마트베타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새 전략형지수 상품 역량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롱숏펀드는 주식을 매수(롱)하는 동시에 주식 또는 지수선물을 매도(숏)함으로써 주가의 방향과 관계 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하락장 속 롱숏펀드가 나홀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 증시에서 5월이 전통적으로 모멘텀이 둔화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롱숏펀드에는 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진단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원화 강세와 더불어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과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안감, 영국 브렉시트 투표,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전환 등 코스피 박스권 상단에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별 종목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그는 "박스권으로 회귀한 현 상황에서 비교적 종목별로 실적 모멘텀이 개선된 철강, 석유, 석유화학, 이란발 건설업, 플랜트 모멘텀에
삼성전자(005930) 실적까지 양호해서 당분간 종목별 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롱숏펀드 성과의 지속성과 위기대응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롱숏펀드 같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은 최근 수익률과 같은 단기 성과보다 양호한 성과가 지속적인지 한순간 망가지는 모습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