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가 국내 기업들에게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이란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블루오션'임에는 분명하지만 폐쇄적인 시장 분위기, 서방국가들과의 특수성, 수출을 위한 제반 제도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이고도 긍정적 성과를 끌어내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기업이 바라본 이란 시장' 조사에서도 이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최근 3년간 대이란 수출 실적이 있는 한국기업 45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무려 79%인 358개사는 '향후 이란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란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50.8%, 달러화 거래 불가능으로 인한 자금거래의 어려움이 1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존에 진행됐던 이란 수출과정에서도 여타 신흥국에 비해 수출 어려움이 많았다고 답한 기업들이 절반(54.3%)이 넘었다. 어려운 점으로는 대금결제 문제가 5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인허가 등 복잡한 행정절차(35.5%), 이란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15.9%), 계약 및 통관절차의 불명확성(1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기업들이 정부 및 유관기관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결제통화 시스템 다변화가 38.6%로 가장 많았으며, 이란 바이어 명단 및 정보와 신용조사 37.5%, 이란 시장에 관한 상세정보 및 자료 31.6%, 수출보험 지원 및 확대 등 이란 관련 불확실성 해소와 안정성에 대한 확대 요구가 주를 이뤘다.
투자환경의 불확실성과 함께 이란 기업들이 오랜 경제제재 기간 자급력을 길러온 만큼 해외 기업들에 대한 반발력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의 풍습과 현지기업 문화에 대한 정보 없이 섣불리 진출을 시도했다가는 빈손으로 돌아올 공산도 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란은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견디고 생존하기 위해 경제자립화를 강화해왔다"며 "수입 완제품의 고관세율 정책, 외국기업의 이란 내 생산기반 구축 독려, 제조품 수출 목적의 외국인 투자 적극 장려 등은 외국 기업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방국가들의 대 이란 해체 확대 또는 제재 복원 등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수출을 진행하기 위한 제반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현재 이란 내에서는 미국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결제수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금융권 수출대금 수취시간 단축 및 수출보험 확대 등 복잡한 수출절차의 개선, 현지 인허가 절차 정보 및 전시회·바이어 정보의 제공 창구 단일화 등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악화도 국내 기업들이 주의할 대목이다. 양국간 갈등 악화는 이번 경제제재 해제와 맞물리면서 이란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양국의 외교단절로 중동 전반에 걸쳐 경기가 위축되는 동시에, 이란에 진출할 시 해당 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이란 경제제재 당시 누렸던 여러 '반사이익'의 감소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기존 이란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이 최근 재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며 그나마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이란시장 점유율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수출이 제한됐던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 역시 이번 해제로 아시아 및 중국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 기업 제품들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