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적으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시정조치를 내릴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정조치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외부에서는 불허나 조건부 승인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며 "(공정위가) 이러한 것을 시정하라고 했는데 (사업자 입장에서) 남는 것이 없으니 하지 않겠다고 자진해서 철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에 기본적으로 불허 결정은 나올 수 없다는 의미다. 여기다 공정위가 제시할 시정조치 방안을 따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SK텔레콤의 몫이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SK텔레콤의 공정위 시정조치 방안 수용 여부는 향후 진행될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미래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종합유선방송(SO) 변경허가에 대한 사전동의 권한만 보유하고 있다. 비록 공정위의 결정이 미래부 심사에 참고 요소로 활용되는 것에 그치지만, SK텔레콤이 공정위의 시정조치 방안을 따르지 않겠다고 할 경우에는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정 위원장은 "미래부가 법률적으로 (공정위의 시정조치 방안을) 참고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지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제한요소를 해소하라고 했는데 (사업자가) 하지 않고 버티면 미래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내놓을 시정조치 방안이 알뜰폰 사업 매각, 일정 기간 요금 인상 제한 등의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를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정위 다음으로 이번 M&A에 대한 심사를 맡을 미래부는 조기에 결론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최근 열린 오찬간단회에서 "(공정위의 심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 지연되고 있다"며 "조기에 결론이 나서 미래부에 통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