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D-2주)②영국 떠난 EU, 최악의 시나리오는 ‘붕괴’

세계 경제 혼란…금융시장 요동 불가피
EU회원국 연쇄 탈퇴로 이어질 수도

입력 : 2016-06-09 오전 10:00:30
[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영국에게 6월23일은 운명의 날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의 한 구성원으로 남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날 영국인들의 국민 투표는 나라의 미래를 바꾸게 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는 단순히 영국과 유럽만의 문제도 아니다. 촘촘히 연결된 세계 경제에 브렉시트가 미칠 영향은 상상 불가다. 그만큼 큰 충격이 예상된다. 
 
영국이 EU를 떠나서도 잘 산다면 그것도 문제다. 다른 나라도 영국을 따라 독립할 수 있다. 유로화로 묶인 유럽의 단일 경제권 붕괴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는 세계 경제에는 핵폭탄급 충격이다.
 
브렉시트는 재앙일까
 
브렉시트 이후 불어 닥칠 후폭풍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정확한 전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득이 될 거란 분석은 거의 없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나 세계 경제 기구들이 브렉시트가 야기할 정치·경제적 충격을 걱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당초 예상보다 3% 넘게 줄어들고 유럽의 전체 GDP도 1%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 사이의 교역이 줄고 새로운 노동력 유입이 줄면서 영국 경제의 활력이 약해지고 생산성도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걱정은 일자리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3일 브렉시트 이후 2년 내 일자리 52만개가 없어진다고 발표했다. 영국 GDP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에서만 일자리 40만개가 줄어든다는 추정이다.  이날 HSBC은행, 통신업체 BT, 식품서비스업체 콤파스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와 회장 등 4명은 "브렉시트는 영국 서비스산업을 손상시켜 '일자리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유럽연합(EU)의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반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북런던에서 한 집이 'EU 탈퇴에 투표하라(Vote Leave)'는 플래카드를 발코니에 걸자 그 이웃이 '근로자의 권리가 줄길 바라면'이라는 문구로 대응했다. 사진/뉴시스·AP
 
영국 주택시장에도 큰 충격이 예상된다. 독일 도이치뱅크와 신용평가사 S&P앤피치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집값 하락을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한 내용을 예상했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되면 2018년 집값이 10~18%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영국의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EU 탈퇴로 방위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경제는 침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말콤 찰머스 부소장은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겪었던 것만큼 큰 전략적 이동"이라며 "지난 수십년간의 전략적 사고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1970년대 초까지 아시아와 중동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
 
영국의 EU 탈퇴는 유럽의 정치, 경제 지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영국 내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가 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와 함께 영연방을 이루지만 독립 여론도 높은 지역이다. EU 잔류도 선호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스코틀랜드가 이를 명분으로 다시 독립을 시도할 수 있다. 
 
브렉시트로 유럽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비유로존 지역으로 나뉜다는 전망도 있다. 스웨덴, 덴마크, 폴란드,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등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이 금융 강국인 영국을 중심으로 유로존에 맞서는 경제권을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자문회사 테네오인텔리전스의 부사장 안토니오 바호주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자칫 비유로존 국가들의 EU 탈퇴로 이어지면서 EU 붕괴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 6일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중대한 경제적 파장'”이라며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우려했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브렉시트가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올라가면 쉽사리 금리를 올릴 수 없다. 금융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피해도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브렉시트가 단기적으로 세계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IEP는 다만 브렉시트가 결정돼도 2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어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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