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국내 유망 스타트업 15개사가 세계 IT산업의 산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섰다. 중소기업청은 13일(현지시간) 현지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을 상대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 투자유치 설명회(IR) ‘코리안 스타트업 서미트’(Korean Startup Summit)를 개최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드레이퍼(Draper) 대학에서 진행된 이날 설명회는 스타트업 창업정책을 아이디어·내수 위주에서 기술 기반의 해외지향형 창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타벤처를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창업기업 육성정책 혁신전략’의 후속조치로 추진됐다.
13일(미 현지시간) ‘코리안 스타트업 서미트’(Korean Startup Summit)가 개최된 드레이퍼(Draper) 대학의 ‘히어로 시티’ 1층 벽면 모습. 벤처창업인들을 미국의 슈퍼히어로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주영섭 중기청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벤처 투자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완벽한 투자시장”이라며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투자한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스타벤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를 요청했다.
설명회에는 우리나라 15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실시간 비디오 편집 앱을 내놓은 시어스랩, 청각장애인용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유퍼스트,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 모바일 앱 보안솔루션을 선보인 에스이웍스 등이 차례로 나섰다.
중기청 측은 “이들 기업의 주요 아이템은 O2O(Online to Offline), 보안, 영상, 의료 등 최근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야”라며 “해당 기업들은 국내·외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이미 총 200억원 가까이 초기 투자를 받아 기술성과 시장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고 소개했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설명회(IR) ‘코리안 스타트업 서미트’(Korean Startup Summit)에서 한 업체가 자사의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청
현지 투자자로는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 디에프제이(DFJ) 등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60여개사 벤처캐피탈사가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 투자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외에도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이 3분가량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현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2분가량 궁금증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현지 관계자들은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장점은 무엇인가”, “관련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미국 내 특허문제와 충돌할 위험은 없는가” 등 미국시장에서 사업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물었다.
설명회 직후에는 국내 기업과 현지 벤처캐피털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만찬이 마련됐다. 현지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설명회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추가로 질문했고, 제품을 체험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 벤처캐피털 관계자가 국내 3D VR 홀로그래픽 솔루션 기업 더블미의 3D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행사에 대해 현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과 국내 업체 관계자 모두 전반적으로 합격점을 내렸다.
패널로 참석한 탑티어 캐피탈 파트너스(TTCP)의 에릭 우(Eric Woo) 수석은 “발표가 아주 인상적”이라며 “한국기업 수준이 2~3년 전과 다르게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웜블 칼릴 스탠리치 앤드 라이스(WCSR) 소속 스티브 클린톤(Steve Clinton) 변호사도 “흥미로웠다. 기술 수준이 높았고, 발표 내용도 좋았다”며 “미국에서 상당수가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금 조달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현지에서 스마트폰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알란 토요무라(Alan Toyomura) 대표는 “기존 실리콘밸리 스타일과는 다른 독특함이 느껴졌다. 평균점 이상”이라며 “당장 함께 사업하고 싶은 물품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고 말해, 국내 업체와의 접촉 시도 의지를 비쳤다.
코리안 스타트업 서미트’(Korean Startup Summit)에 패널로 참석한 웜블 칼릴 스탠리치 앤드 라이스(WCSR) 소속 스티브 클린톤(Steve Clinton) 변호사.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3분이라는 시간 안에 사업 아이템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현지 벤처캐피털과 직접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마친 국내 업체들은 다음날 동부 뉴욕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15일 뉴욕 마이크로소프트 지사에서 뉴욕 스타트업 IR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통화 겸용 이어폰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리플버즈의 김승현 공동창업자는 “질문이 들어온 내용을 중심으로 뉴욕 IR 내용을 보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기청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과 함께 미국 현지에서 IR을 진행한 것은 중기청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주 청장은 오늘 행사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며 기업들의 발표 내용을 확인했고 국내 사전 리허설도 참석했다. 앞으로 중기청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