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이 방치하면 턱관절장애 후유증 남아

5년간 환자수 40% 증가…11세 미만 유병률 높아

입력 : 2016-06-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고등학생 이모(18)양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찾아오는 두통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자고 일어났을 때 치아가 얼얼하고 턱은 물론 주변의 목과 어깨, 귀속 근육까지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은 그녀는 통증이 '수면 이갈이' 때문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턱관절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5년 35만명으로 2010년(25만명) 대비 40.5% 증가했다. 2015년 전체 환자에서 10대가 5만9000명(17.1%), 20대가 9만3000명(26.9%)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갈이 환자는 전체 인구의 8% 정도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유소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 11살 미만의 아동의 경우 유병률이 40%에 이른다. 특히 수면이갈이는 18~25세의 사람들 중 15%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턱관절통증의 원인으로 이갈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갈이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잠을 잘 때 이를 갈거나 꽉 깨무는 행위이다. 턱관절통증이나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이갈이로 진단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이갈이를 하게 되면 크게 신체의 세 부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우선 치아가 마모될 수 있다. 사람의 치아는 수직적인 하중에는 강해도 수평적인 하중에는 약하기 때문에 이갈이를 하게 되면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될 수 있다. 턱관절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밤새도록 이갈이를 하면 턱관절이 상하게 되고 통증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두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턱을 움직이는 근육 중 머리와 가까운 교근과 측두근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두통이 나타나게 된다. 
 
이갈이는 보통 음식물을 씹을 때보다 2~10배 이상의 강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치아 표면은 물론 잇몸과의 경계인 치경부의 마모와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치아파절도 발생할 수 있다.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이갈이와 같은 수평적 힘에는 잘 견디지 못해 추가적인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갈이를 방치하게 되면 만성적인 턱관절장애와 함께 치아의 비정상적인 마모, 수면 무호흡과 두통 등의 통증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팔을 많이 사용하면 팔이 아프고 잘 안 펴지는 것처럼 이갈이를 하는 동안 강한 힘으로 턱관절을 사용하면 턱은 물론 머리에도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장기간 이갈이를 하면 사각턱 등의 외모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이갈이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귀 앞쪽이 뻐근하거나 소리가 나는 경우, 턱관절에 뭉쳐 있는 느낌이 있고 입을 벌릴 때 무거운 느낌이 있는 경우, 원인 모를 치통이나 두통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이를 악물게 되면 혀나 뺨에 물결 모양의 주름이 생기는데 이 역시 이갈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갈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치아의 마모상태, 턱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근전도검사 등 종합적인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수면다원화검사는 수면 시 뇌파,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이갈이를 진단한다. 또 전체 치아를 덮는 교합안전장치를 착용한 뒤 잠을 자면 이갈이를 한 경우 장치에 표시가 나타나게 돼 이갈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갈이를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스트레스는 오랫동안 이갈이의 원인이나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갈이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만큼 이갈이 치료는 이갈이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증상을 치료하고 징후를 예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교합안정장치는 이갈이로 인한 치아의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이갈이 유무를 측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교합안정장치를 착용함으로써 이갈이로 인해 발생하는 힘이 치아와 치아 주변 조직, 근육, 턱관절 등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이갈이로 인한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작근에 보툴리늄독소를 주사해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줄임으로써 이악물기나 이갈이의 강도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물리치료를 통해 턱근육을 풀어주고 도수치료를 통해 턱관절을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위험요인을 조절하는 것도 이갈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갈이의 요인인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평소 이를 악물거나 뺨의 안쪽 살을 깨무는 버릇, 혀를 깨물거나 혀로 치안 안쪽을 밀고 있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안면 근육을 긴장시키며 이갈이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황진혁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치과 교수는 "이갈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갈이가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갈이 치료를 장기간 미루게 되면 턱관절에 무리가 와 턱관절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하며 심한 경우 입이 안 벌어져 턱관절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도움말=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턱관절통증이나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이갈이로 진단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갈이를 방치하면 치아의 급격한 마모 발생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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