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당장 다음달부터 중도금 대출에 대한 옥죄기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분양시장 위축이 예상된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차는 있을 전망이다. 가수요에 의해 분위기가 크게 좌우되는 강남권과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가 시작된 지방은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실수요자 위주의 강북이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는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을 강화한다. 강남과 위례, 미사, 부산 등 가수요 진입에 의해 투기판으로 전락한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보증건수 1인당 2건, 분양가격 9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보증 역시 수도권과 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 한도 내에서만 해주기로 했다.
3.3㎡당 평균 4000만원의 고분양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강남 재건축의 경우 이번 규제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강남권에서 분양에 나섰던 일원현대 재건축 단지 '래미안 루체하임'의 경우 가장 적은 면적형인 전용 59㎡가 9억원(일부 저층 제외)을 넘는 등 대부분 분양가격이 보증 제한인 9억원을 넘는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최근 급격히 오른 가격 부담감에 경제불안, 집단대출 보증 심사 강화 등이 겹치면서 급격히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향후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경우 미분양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이전 단지와 같은 높은 경쟁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향후 분양을 앞둔 3단지의 청약결과에 따라 장기적인 시장 흐름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초 분양에 나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을 기록한 '래미안 루체하임' 견본주택 모습. 사진/삼성물산
특히, 일부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시작된 지방은 시장 침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우려다.
지방 아파트값은 올들어 0.1%(5월말 기준) 하락했고, 미분양 주택 역시 2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 특히,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시장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매수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울 강북지역과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권 분양단지들은 일부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시장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강북 아파트 전세가율은 77.7%로, 강남(72.6%)에 비해 크게 높아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여력이 크다. 장위뉴타운과 서대문, 마포 등 재개발 지역의 대규모 멸실에 따른 수요도 뒷받침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강북권이나 신도시 분양시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받지 않고 강남권보다 가격도 저렴하다"며 "전셋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최근 금리까지 낮아지면서 갈 곳 없는 유동자금 유입이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투자가 아닌 단기투자 목적의 수요가 많은 최근 분양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입지가 좋은 단지에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수요자들의 유입은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분양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 가운데 전문 투자자들도 있지만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 이후 일반 수요자들이 1순위 통장을 활용한 시세차익을 위해 청약에 나서고 있다"며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의 수요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사들의 분양가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견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올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브렉시트, 분양 보증 심사 강화 등 시장 불확실설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수요는 여전해 분양가만 잘 정한다면 청약성적이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