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대학생 윤문근씨(24)는 어느 날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허리와 엉덩이가 뻣뻣하고, 간간히 발뒤꿈치에 통증이 발생했다.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뼈나 근육에는 별 이상이 없고 아킬레스건염이 있는 것 같다며 소염진통제만 처방해 줬다. 1년여를 지냈으나, 허리와 엉덩이의 뻣뻣함과 통증은 점점 심해져서 최근 들어서는 허리를 쉽게 펴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고 나서야 강직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직척추염 환자는 2015년 3만8500여명으로 2011년(3만2000여명) 대비 20% 증가했다. 2015년 기준 남성 환자가 2만7000여명으로 여성 환자(1만150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5%, 40대가 22%, 50대가 16%, 20대가 15%, 60대가 11% 순이었다.
강직척추염은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 남성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2대 1일 또는 3대 1일 정도로, 여성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통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1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강직척추염은 척추뼈와 뼈 사이의 구조물인 디스크가 탈출되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척추에 염증이 생겨 강직이 오는 병이다.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 경우 허리와 등, 목이 서서히 굳어지는 희귀난치성질환 중의 하나다. 강직척추염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명도 생소해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엉덩이 통증과 함께 허리 통증이 나타나 허리디스크로 오인,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방치하기도 한다.
강직척추염은 서서히 시작된 허리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 아침 기상 시 혹은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경우에 엉덩이 통증이 심해지고 뻣뻣해지다가 운동 후에는 오히려 통증이 호전되는 경우에 일차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새벽에 통증으로 인해 잠을 깼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단순 피로 때문이라고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10대 어린 나이부터 발뒤꿈치나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자주 생기거나, 포도막염 등으로 인해 눈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고,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릎이나 발목이 붓거나 가슴통증이 생기는 증상들도 강직척추염을 의심해야 한다.
강직척추염은 치료가 늦어질 경우 엉치엉덩관절이나 척추가 점점 굳어지게 된다. 발뒤꿈치나 무릎, 앞가슴뼈 등 말초 관절염으로 염증이 번질 수도 있다. 염증이 지속될 경우 척추가 붙어 몸이 앞으로 굽는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20~30대의 젊은 나이에도 허리와 등이 꼬부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포도막염이나 염증성장질환, 건선, 대동맥판막질환 및 호흡기질환 등의 전신적인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강직척추염의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기타 환경적 요인 및 면역반응의 이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담배가 강직척추염의 발병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예방이 어려운데다 방치될 경우 만성 통증과 척추변형 및 합병증으로 인해 젊을 때부터 심각한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한번 관절의 강직이 발생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조기에 치료하면 척추가 휘고 굳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
강직척추염은 환자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치료는 관절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해 통증을 줄여준다. 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선 운동치료를 통해 장기간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운동 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줄여 움직임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관절에 염증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를 관절 안에 주입하기도 한다. 척추 변형이 심하면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금속 기기를 이용해 척추를 곧게 교정하는 방식이다.
최상태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금연과 함께, 스트레칭을 통해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운동, 아울러 수영이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 및 적절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및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 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직척추염을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다. 만성 통증과 척추변형 및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장기간 염증과 엉덩이·허리 통증 지속되면 강직척추염을 의심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