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아파트 청약 당첨 이후 계약이 시작되기도 전에 웃돈을 받고 매도 하는 불법이 여전하다. 수도권 최고 분양 흥행지역 가운데 한 곳인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당첨과 동시 5000만원이 붙을 정도로 거래도 활발한 모습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단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이 불법거래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6일 진행한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54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미사강변도시 C2블록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지난 13일 당첨자가 발표됐다. 문제는 발표 직후부터 불법 전매를 부추기는 전화나 문자가 당첨자들에게 쇄도하고 있는 것.
이번 청약에서 당첨된 A씨는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발표날에만 무려 5건의 전화나 문자를 받았다"며 "대부분 초피 5000만원을 줄테니 매도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초피는 당첨자 발표 이후 계약 전 행해지는 불법거래에서의 웃돈을 말한다.
다음 날 A씨에게 연락을 했다는 한 업자에게 전화를 하자 초피는 어느새 7000만원까지 올라있었다. 층이나 향이 좋아 로열층으로 알려진 입지를 말하자 그는 "7000만원을 챙겨주겠다. 계약일이 가까워질수록 초피는 떨어진다"며 빠른 매도를 권유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위례신도시 등과 함께 지난달 21일부터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다운계약이나 분양권 불법거래 등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던 곳이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불법 거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미사뿐 아니라 강 건너에 위치한 남양주 다산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자체의 단속 소식에 최근 분양을 진행하는 견본주택 현장에서 이른바 '떳다방'으로 불리는 불법 중개업소의 영업은 사라졌지만 기존 중개업소와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전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산신도시 인근 한 중개업소에 분양권 매도를 문의하자 관계자는 "아직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는 없다. 민영단지의 경우 두 달 후에 풀린다"며 "조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프리미엄은 5000만원 정도 붙었다.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지금 거래하면 불법이지 않나'고 묻자 "전매가 가능해지면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다. 아직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아 그나마 싼 것"이라면서 "두 달 밖에 안남았는데 무슨 상관이냐.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한 분양단지에서 '떴다방' 업자들이 견본주택 구경을 마치고 나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현 기자
이같은 불법전매 행위는 단속에 적발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10년 동안 청약자격도 제한된다. 단속에 걸리지 않더라도 전매제한이 풀리는 시점의 가격 변동에 따라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분양권 불법 거래시 매수자의 경우 전매가 풀리는 시점에 가격이 올라 매도자가 추가 웃돈을 요구하면서 명의 이전을 거부할 수 있고, 또 매도자는 가격이 내릴 경우 매수자가 불법거래 계약서를 빌미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토부의 불법거래 단속 의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토부가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시장 재편을 위해 불법거래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겠다 나섰지만 성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는 현장에 대한 수시 감독보다는 그동안 특별점검을 통한 일회성 단속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분양시장이 크게 과열된 양상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불시 단속 등을 통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346건에 이르던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행위 및 다운·업계약 적발 건수는 역대급 분양물량이 쏟아진 지난해 오히려 3114건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이달부터는 떴다방이나 불법전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 포상금제도도 운영할 방침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