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SPC그룹이 미국 뉴욕의 먹거리 상징인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에 상륙시키며 외식사업 강화에 나섰다. 쉐이크쉑의 등장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경쟁 포화로 '생존'이 화두가 된 국내 버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SPC그룹은 19일 서울 강남구 쉐이크쉑 1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쉐이크쉑의 오픈을 알리고 2025년까지 파리크라상의 외식 매출을 2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PC가 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에는 허영인 회장의 결정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제빵왕'이라는 타이틀에도 햄버거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햄버거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는 후문이다.
SPC입장에서는 제과·제빵,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서 쌓아온 노하우로 버거 사업에서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쉐이크쉑 오픈에는 허영인 SPC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허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최고급 레스토랑 품질과 서비스에 합리적인 가격을 적용한 '파인캐주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허 실장은 "5년 전 미국 쉐이크쉑 대니 마이어 회장을 만나 SPC그룹의 경영철학과 글로벌 푸드 컴퍼니를 향한 비전을 설명했다"며 "쉐이크쉑과 SPC그룹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이 공감을 이뤄 쉐이크쉑 도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SPC그룹 안팎에선 쉐이크쉑 오픈을 시작으로 허 실장이 SPC의 외식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가 쉐이크쉑과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주도한 점, 쉐이크쉑의 운영회사이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대주주인점을 감안할 때 베일에 싸여 있던 SPC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도 허 실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을 제과제빵 전문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푸드 기업으로 키우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쉐이크쉑 브랜드를 시작으로 외식 사업 전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허 실장의 첫 시험무대에 맞닥뜨리게 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등은 성공신화를 써내려갔지만 버거 시장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버거 시장은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KFC 등 기존 브랜드 외에 신규 브랜드가 좀처럼 시장에 안착하기 힘든 이른바 '무덤'과도 같은 곳으로 평가받아왔다.
일본의 유명 수제버거인 모스버거는 지난 2012년 맥도날드를 잡겠다며 야심차게 국내에 진출했지만, 사업 4년째를 맞은 현재 전국에 10개의 매장을 보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진출한 크라제버거는 1998년 11월 창업해 2000년 9월 법인으로 전환한 국내 최초 프리미어 수제 햄버거 업체지만 2013년 법원 회생 절차를 밟고 현재는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푸드(031440)도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자니로켓을 들여온 바 있지만 시장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처럼 최근 몇년 간 버거 브랜드가 난립하는 상황인데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가성비만을 앞세웠던 패스트푸드 업계마저 잇따라 수제버거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점도 SPC에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당장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은 없다"며 "연내 서울에 2호점을 오픈한 게 우선 목표이며 장기적으론 2020년까지 25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식재료 수급 문제도 관건이다. 쉐이크쉑은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처럼 조인트벤처 형식이 아닌 미국 측이 가맹본사, SPC는 가맹 파트너사 형태로 운영된다. 본사에서 직접 식재료를 들여와야 하는 점도 신선도 유지와 본연의 브랜드 품질 유지 측면에서 숙제가 될 전망이다.
SPC 관계자는 "미국 본사의 철저한 품질 관리시스템을 통한 원료 수급과 본사에서 정해준 품종의 계약재배 등으로 현지와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할 것"이라며 "이미 앞서 진출한 11개국의 시스템을 통해 이같은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인데 버거 시장은 경쟁 심화와 열량은 높고 영양은 낮은 '정크푸드' 인식까지 맞물리며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 등장한만큼 쉐이크쉑은 SPC가 써내려갔던 외식 브랜드들의 성공신화 가운데 최대 고비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쉐이크쉑은 2001년 뉴욕 메디슨 스퀘어에서 외식기업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탈리티그룹'이 공원 복구를 위한 기금마련 차원에서 여름철에만 간이 점포를 차려 음식을 팔았던 것으로 시작해 뉴욕의 대표 먹거리가 된 브랜드다. 현재 미국 14개 도시, 58개점을 포함해 영국 런던,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 등 13개국에 9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그룹의 쉐이크쉑 국내 1호점 개점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쉐이크쉑 강남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