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대기업집단 기준상향 반대…경제민주화 역행”

“현행기준 5조원 유지…신산업투자 등 예외인정 방향으로 가야”

입력 : 2016-07-19 오후 5:23:12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2개 중소기업 단체는 19일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중소기업계는 의견서에서 “지정기준 상향은 박근혜 정부의 기존 경제민주화 성과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되, 신산업진출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측은 규제 완화로 대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기준 상향으로 현재 65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 618개 계열사가 대기업 기준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이 가능해져 대기업 경제력집중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 비정상적 지배구조가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계란유통업에 나선 하림과 골목상권 위주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의 예를 들어 “보다 많은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골목상권을 침해해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과의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 중소기업청의 관할범위가 연매출 1억원 미만 소상공인부터 자산규모 10조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광범위해지는 점을 지적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사업과 예산 축소가 우려된다”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갈등을 빚어온 ‘갑을문제’, ‘공공조달시장 위장진입’, ‘적합업종’, ‘골목상권 침해’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이 신산업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영세 골목상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터준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창업주의 정신을 잃어버린 재벌 2·3·4세들의 탐욕을 견제하고, 시장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생계형 업종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기업집단 지정해제 대상 그룹들은 자체 간담회 등을 통해 “골목상권 상생 방안 마련에 힘을 모으겠다”며 중소기업계의 우려 불식에 나선 상황이다. 지정해제 대상에 포함된 그룹은 하림, KCC, KT&G,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지엠,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24곳이다.
 
이들 그룹 관계자들은 지난 8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혜택을 보는 기업집단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며 “각 기업집단은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신산업 발굴과 글로벌 경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기업집단은 준대규모점포(SSM) 진출을 자제하고 진출 시에도 현행 수준의 규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로 결의했다”면서 “현행 동반성장을 위해 마련된 적합업종 제도 등 자율적인 대·중소기업 상생활동에 동참하고 중소기업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결의했다.
 
중기청 측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저지하겠다는 것은 중기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주영섭 청장은 지난달 25일 강원도에서 열린 ‘2016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으로 골목상권이 침해되는 것은 중기청장직을 걸고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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