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스맨'으로 전락한 IOC

'러시아 파워' 무시하지 못하고 올림픽 출전 허용
육상·역도는 올림픽 출전 좌절…종목별 혼란 예상돼

입력 : 2016-07-26 오후 2:11:52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국가 차원의 '집단 도핑 혐의'에 연루된 러시아가 리우 올림픽 출전을 확정하면서 이를 승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OC가 올림픽 강국인 '러시아 파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IOC는 25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각 선수의 소속 연맹이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가 유력했던 러시아 선수단 일부가 올림픽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된 셈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단이 올림픽에 나오려면 남은 기간에 개인적으로 경기 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이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각 경기 단체가 해당 선수의 참가 자격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사실상 리우 올림픽 출전을 원하는 러시아 선수 전원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IOC의 이러한 판단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뒤엎은 행위다. 앞서 지난 18일 WADA는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의 도핑 행위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도왔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를 근거로 WADA는 IOC에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역시 엄격한 '안티 도핑'을 적용해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불가했다. CAS 또한 이 효력을 인정하면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 길은 막혔다. 국제역도연맹(IWF)도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출전 정지를 내렸으며 국제조정연맹(FISA) 역시 2011년 이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샘플을 전면 재조사하는 등 출전 금지 결정을 내릴 참이다.
 
이 때문에 종목별 혼란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러시아 육상과 역도 선수들은 이미 리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는데 나머지 선수들은 IOC 결정 덕분에 올림픽 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태권도, 유도, 테니스, 양궁에서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출전이 허용됐다. 체조와 사이클도 최종 판단은 하지 않았으나 이미 IOC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제수영연맹(FINA)만이 처음으로 러시아 수영 선수 7명의 리우행을 불허한 상태다.
 
IOC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IOC가 결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면서 "도핑에서 자유로운 선수들의 권리에 상당한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도핑 회피 기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IOC의 이러한 결정은 도핑에 항복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될 경우 차기 대회 출전 거부 등의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 IOC가 이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진출을 대회 흥행까지 고려해 무시하지 못한 것이다. IOC가 러시아의 예스맨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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