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태' 게임산업 자체와 결부 시켜선 안돼"

개발자 "개발 의욕 위축 시킬 수 밖에 없다"

입력 : 2016-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차익과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벤처 1세대 신화였던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과 함께 넥슨재팬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설립 20년만에 글로벌시장에 한국게임의 새역사를 써가며 연매출 2조원에 가까운 신화를 창조한 개발자들의 '우상' 김 회장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가뜩이나 부정적인 시각에 여타 대기업에 비해 신입사원 지원자가 줄어들던 게임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김 회장이 등기이사직 사임을 표명한데 이어, 이날 4년여간 30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서든어택2가 출시된지 23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김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과의 주식거래가 드러나기 전까지 게임개발자들과 업계에선 ‘신화’로 통했다. 1994년 말 자본금 6000만원으로 송재경(현 엑스엘게임즈 대표), 김상범(전 넥슨 이사)씨 등과 함께 넥슨을 창업했다. 1996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출시하는 게임마다 국내외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급성장했다. 창업한 지 10년 만인 2004년 넥슨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했고 한국을 게임선도국으로 자리매김케 하는 공적을 세웠다. 넥슨은 2011년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지난해 회사 매출은 2조원을 기록했다.
 
벤처업계 신화이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히지만 이번 진 검사장 사건을 계기로 '넥슨'은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참신한 벤처 이미지는 추락하고 ‘비리 회사’란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오명이 게임산업 전체로까지 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경영인의 일부 과오를 게임산업과 연관해서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게임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에 열정을 쏟는 개발자, 구성원들과 관련 산업이 함께 매도된다면 국가경제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든어택2' 또한 게임 내 캐릭터가 선정성 논란이 있으면 그에 대한 질책은 마땅하지만 오너와 결부 시켜서 보는 시각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이라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어디가서 게임업계에 종사한다고 당당하게 말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와 게임이 마치 결부된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며 "게임과 주식을 결부 시켜 산업을 위축되게 하거나 해외에 한국게임이 부정의 아이콘으로 비춰지는 일이 벌어져서도 게임산업에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발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시장이 중국, 미국, 일본등 해외 게임이 득세하면서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산업이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산업에서 온라인게임시장의 경우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의 PC방 이용 점유율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라이엇게임즈의 '롤(LOL)' 등 외산게임이 전체에 60% 가까이 되는 점유율을 내줘버린 상황이다. 특히 면면을 들여다 보면 순위를 떠나 회사자체에 중국 지분 투자 등으로 사실상 국내 업체라고 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서든어택2'는 넥슨이 자체 개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쏟은 게임이다. 서든어택2가 출시 초기에 참패하고 선정성 논란 등을 겪었지만 손질을 하기보다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점유율을 올리지 못한데 따른 책임보다는 검찰 수사 등 어수선한 회사 상황이 더 과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백명의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어 실패하는데 책임을 떠넘긴다면 누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신작 게임 개발 보다는 기존 게임의 손질(업데이트)을 통해 수명을 연장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괜히 개발해서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서든어택2가 좋은 예다. 이 또한 신작 개발과 보증된 시장의 중간쯤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다른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가져다가 퍼블리싱 서비스만 하면 게임이 흥행부진하거나 선정성 논란이 일거나 했을 경우 개발자 탓으로 돌리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굳이 개발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한 '안정빵 추구' 결과는 내수시장 1, 2위 등을 외산게임에 내주게 하는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한 게임 개발자는 "국내시장은 이미 외산게임에 안방을 내준 상황이고, 급변하고 있는 전세계 시장 상황에서 국내 1위 게임사의 이 같은 조치는 개발 의욕이 위축 시킬 수 밖에 없다"며 "'서든어택2'가 안방의 부진을 뒤집을 수 있는 기대작으로 꼽혔기에, 향후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도전에 부담감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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