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첫날 기관보고에서 관리부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특위 위원들과 반박하는 정부 관계자 사이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위원들이 재차 요구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최대한 지원하겠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답으로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에서 “환경부가 1991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거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 등 고분자 화학물질을 유해성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1993년 심사를 면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해당 물질의 독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재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여기까지 온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규제를 풀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에 답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PHMG는 심사 신청 당시 향균 카페트 사용 용도였다”며 “카페트 제조공장이나 세탁소에서 충분히 말린 다음 소비자에게 주기 때문에 상시적인 호흡 노출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2008년 이미 질병관리본부에서 원인미상의 폐질환이 발생한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논문을 발표했었다”며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2011년에야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정부의 늑장대응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의학적 소견에 답하기 어렵다”며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금 의원은 “비슷한 상황이 재차 생겼을 때 감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정부가 운영 중인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특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은 “법적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는지, 도의적 책임을 가지고 국무조정실장이 사과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거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포괄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정성 가진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피해자 지원대책과 재발방지대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사과를 재차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도의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느끼고 있기에 피해자와 가족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사과표명은 하지 않았다.
뒤이어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법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으로 가족이 죽거나 건강이 나뻐졌다는 마음의 짐을 벗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피해자들이 마음의 응어리를 벗을 수 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이 ‘이석준 실장이 한 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을 되받았다.
발언을 지켜보던 우원식 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 할 말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데 대해 아픔을 느낀다”고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첫날 기관보고를 마친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는 오는 17·18일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보고를 이어간다. 이달 하순에는 청문회도 계최할 예정이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특위에 출석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