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동조합이 오는 31일부터 연대파업에 나선다. 사측이 인위적 구조조정을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측도 구조조정 압박 등 양보 하기 힘든 입장이어서 노사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17일 울산시청에서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강원식 현대미포조선 노조위원장, 유영창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 지회장 등 3사 노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17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3사 노동조합은 2016 단체교섭 승리와 자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31일 연대총파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사 노조는 “현대미포조선 노조와 현대삼호중공업 지회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사측은 인위적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을 일방적으로 실시하면서 노조를 무시하고 무력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는 31일부터 조선 3사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 구조조정이 중단되고 올해 임단협이 타결될 때까지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사 노조는 사측이 오는 31일까지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경우 총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고 전제도 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보름간의 시한을 준 것은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3사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16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매출 9조8627억원, 영업이익 5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애초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셈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88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2600억원의 일시적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흑자규모는 1조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합리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모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면서 노조측은 사측이 앓는 소릴한다고 주장했다. 현대미포는 올해 2분기 741억원의 흑자를 내며 6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고, 현대삼호 역시 올 2분기 3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은 무능력한 경영진의 책임을 현장에서 일만 하는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환시키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금융계열사인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 매각을 결정하면서 금융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췄고, 보유자산이 많아 상대적으로 타 조선사에 비해 유동성 위험이 낮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24개 국내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력인 조선업 이외에 해양플랜트·엔진기계·전기전자시스템·정유·금융 등 8개 사업 부문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위험 요인을 떨쳐냈고, 추가적인 손실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