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가 지난 2005년 여의도버스환승센터 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일명 '여의도 지하벙커'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빠르면 내년 봄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늦어도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다음달 중 내부 공사를 계획 중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2-11호 일부 지하공간에 위치한 여의도 지하벙커는 지난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 공격에 대비해 당시 5·16 광장(현 여의도 광장) 지하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공간은 지하 1층 단층구조로 240여평(약 793㎡) 규모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편에 VIP(대통령)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여평(약 66㎡)의 공간이 나타나고, 안에는 화장실은 물론 소파와 샤워장도 갖춰져 있다. 바로 왼편에는 180여평(약 595㎡)의 공간에 기계실과 화장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2개의 출입문이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1일 선착순 예약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벙커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시는 미술관 등 전시관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하벙커 정식개관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당초 운영업체로 서울문화재단을 선정해 운영계획을 수립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운영주체를 변경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시는 오는 10월 내부 공사를 마쳐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지하 진입로 연결 공사 설계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써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2번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 1곳을 통해서만 벙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지하벙커 활용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진입로와 내부공사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활용계획이 나올 것 같다"며 "공간 자체가 역사성이 깊고, 지하에 위치해 있어 실험적인 미디어 작업 등을 염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연결된 주제 아래서 외부 기획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다양한 전시기획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여의도 주변에는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어 시립미술관 측은 향후 많은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앞으로 주민의견청취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시는 지난 2005년 지하 벙커 발견 당시 버스 환승객 편의시설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수익성 등의 문제로 폐쇄했다. 2013년에도 역시 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관리나 활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일 진행된 '여의도 지하벙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가 VIP 쇼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