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은
효성(004800)의 '폴리케톤(Polyketone)' 사업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초반 고군분투하고 있다. 효성이 125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3분기에 완공한 5만톤 규모의 울산 폴리케톤 공장의 가동을 잠정 중단한 것을 본지가 24일 확인했다.
효성이 개발한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소재다. 나일론보다 강도가 2~3배 뛰어나고 내화학성도 30% 이상 우수해 자동차·전자제품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소재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고, 가격 경쟁력에서 대체품에 밀리면서 상업화가 지연돼 시험 가동하고 있던 공장을 최근 멈추게 됐다. 일부 냉장고와 에어콘 부품 등에 판매 개시는 됐지만, 고객사들이 폴리케톤 적용을 위해 물성에 맞는 설비로 바꾸는 데 여전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측은 "현재 공장이 멈춰있는 것은 맞지만 조만간 재가동 할 예정"이라며 "신소재이기 때문에 자리잡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신소재는 사업 초기 시행착오 끝에 상업화에 성공하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탄소섬유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도레이 역시 1400억엔(약 1조5000억원)이 투자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상업화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자 연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도 원가를 절감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면서 낚싯대 등으로 스스로 수요를 창출해 결국 '효자 사업'으로 키워냈다. 1961년 탄소섬유 기본 기술을 개발, 1971년 상용화 해 2011년 보잉에 본격 납품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효성의 '스판덱스' 사업 역시 1992년 공장을 완공, 원사를 생산한 때부터 2010년 세계 1위로 성장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신사업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용도개발·원가절감 등 단계별로 차별화 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자율연구는 단기 사업성이 부족해도 지속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영하되 사업화 전환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화케미칼(009830)과
금호석유(011780)화학도 탄소나노튜브(CNT) 사업에 진출했으나 아직까지 상업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CNT는 철의 100배에 달하는 인장강도와 탁월한 전도성으로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았지만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한 탓에 업황이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산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남들이 쉽게 추격할 수 없다"며 "중국의 섬유기업에 따라 잡히지 않으려면 결국은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이 개발한 폴리케톤 제품(사진)은 이산화탄소와 올레핀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소재로, 나일론보다 강도가 2~3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