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인수합병(M&A)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 중개업 주체를 제한하는 안을 놓고 M&A를 '투자중개업'에 포함시킬 것이냐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7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기업 인수·합병 중개업무(M&A)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19일 투자중개업에 M&A 중개 주선 또는 대리 업무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국내 M&A 시장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의 중개를 수반하는 금융 업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M&A 중개·주선 및 대리 업무는 인허가 등 별도의 진입규제가 없어 개별법령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M&A 중개 상위 20개사 중 외국계 IB가 13곳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국내 증권사 4곳(16%), 회계법인 3개사(14%) 순이다. 상위 20개사의 중개 건당 평균 거래규모는 외국계 IB 4조6000억원, 국내 증권사 1조9000억원, 회계법인 7000억원 규모였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 인수·합병 중개업무(M&A)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김보선 기자
이번 법 개정안은 M&A를 자문하는 중개기관에 대해 고객기업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투자자보호 의무를 갖추게 하자는 취지다. 기업간, 특히 상장사 계열사간 합병 같은 경우 주주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만큼 중개기관의 역할이 재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M&A 중개를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는 '투자중개업'에 포함시킬 것이냐가 쟁점 중 하나다. M&A 자문업무의 법적 근거를 투명하게 할 필요에 대해서는 공감하더라도 회계 또는 법무법인 등의 M&A 중개가 제한되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분명하다.
회계업계에서는 M&A 중개가 투자중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M&A를 위해서는 기업 전략과 산업을 분석하고 플레이어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며 "(기업간에) 소개 업무와 일부 주식거래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행위를 금융투자업자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절감이나 이득을 고려해야 하지만, 새로운 효익이 생겨날 여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업무인 만큼 규제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영태 NH투자증권 부대표는 "현재로서는 M&A 중개에 대한 명확한 진입 또는 운영 규제가 없어 사후 책임이나 투자자 보호의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권간 다툼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문 부대표는 "증권사의 경우 금융투자업자로서 투자자보호 면에서 지배구조, 임직원 자기매매 등 상당 부분에서 규제에서 컨트롤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M&A 딜은 주식거래를 수반하면서 여러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만큼 시장 진출 기회는 다양하게 주되, 라이선스는 책임도 엄격히 부과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투자자보호가 자본시장법상 중요한 철학인 만큼 이해상충이나 내부통제 등에서 규율을 받는 전문화된 기관이 중개업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상장사가 아닌 중소회사의 M&A의 경우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M&A 시장 확대를 위해서 주체에 대한 법적 규정은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M&A 중개업에 대한 업무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부과한 것은 시장 파이를 키운다는 면에서 필수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계법인이 M&A 자문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더 적극적 M&A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M&A 중개 업무 자체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보다는 책임 문제에 있어 공통적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길재욱 한양대학교 교수는 "결국 기업 M&A를 누가 가장 효율적인 비용과 방식으로 해주느냐가 쟁점일텐데, 이것을 증권사가 하느냐 회계 또는 법무법인이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투자자 보호 면에서도 역시 누가 주체가 되든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제도적인 접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우 동아대학교 교수 역시 "M&A 중개 업무의 진입 규제를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M&A 활성화를 얘기하면서 그동안 M&A 중개업에서 많은 역할을 해온 회계업계를 결과적으로 배제하는 취지의 탁상공론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