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우리나라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임금 등 생산요소의 부담이 커졌고, 보호주의 확대 등의 조치로 생산기지로서의 투자 매력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대신 아세안 시장이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기지로 부상했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리나라의 해외 국가별 직접투자를 분석한 결과, 대중국 직접투자 비중은 2005년 39.3%에서 지난해 10.5%로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중국 내 신규법인 역시 2006년 2300개에서 지난해 700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더불어 외자기업 우대 축소, 가공무역 규제, 생산요소 가격 상승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자국기업(33%)에 비해 외자기업(15~24%)에 유리했던 법인세율을 2008년부터 첨단산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25%로 단일화했다. 또 2006년 가공무역 금지 및 제한 품목이 시범 도입된 이후 지난해 금지품목 1871개, 제한품목 451개로 확대돼 기존 임가공 중심의 투자여건이 악화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 조치로 최저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노동비용 압력이 가중되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2000년 7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8억5000만달러로 15년간 약 4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동남아 국가들로 대표되는 아세안에 대한 직접투자는 5억2300만달러에서 41억6700만달러로 약 8배 급증했다. 아세안 국가 중 투자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베트남으로,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직접투자는 2000년 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무려 20배 늘어난 15억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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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더 이상 저비용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점 역시 수치로 나타났다. 투자 대상국별 투자 목적을 살펴보면 중국, 미국, 아세안 모두 지난 15년 동안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투자가 10배 이상 늘어났다. 대중국 현지시장 진출 목적 투자는 2000년 1억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5000만달러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미국(3억6000만달러→8억달러)과 아세안(1억2000만달러→15억6000만달러)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다만 저임금활용 목적 투자의 경우 중국은 1억1000달러에서 4000만달러로 급감했으며, 아세안은 3000만달러에서 5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생산기지 다변화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졌다"며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의 과감한 투자와 더불어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해 해외 기업을 유턴시키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