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업계 "힐러리 필승"…정유업체엔 트럼프 유리할 수도

(미국 대선과 에너지)신재생 비중 '25%→33%'…오바마보다 강력한 목표 설정

입력 : 2016-09-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미국 대선 후보들의 승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바라는 분위기다. 힐러리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오바마의 비전을 그대로 계승할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힐러리는 미국을 '21세기 청정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20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 설치 ▲10년 내 미국 전 가정에 청정전력 공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 정책을 제시했다. 향후 10년 안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3%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오바마 정부가 '청정전력계획(CPP)'에서 제시한 '25%안' 보다도 높아졌다.
 
이를 위해 미국 수출에 필수적인 안전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인증 절차를 기존 3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풍력 발전소를 짓는데 필요한 토지를 정부가 제공하는 방안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약대로만 진행된다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그동안 부침을 끝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시장을 공략 중인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이번 대선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국내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원전이나 전통 에너지보다는 신재생에너지 육성 공약을 내건 힐러리의 당선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010060)한화케미칼(009830), 태양광 셀·모듈과 발전업을 하는 한화큐셀·신성솔라에너지(011930) 뿐만 아니라 동국S&C(100130)·씨에스윈드(112610)·태웅(044490) 등 풍력발전 관련 기업들도 대표적인 '힐러리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OCI의 경우 미국 자회사 OCI리소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4917억원)을 미국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는 등 '투자세액 공제제도(IT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우현 OCI 사장은 올 2월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내 태양광 발전소 매각의 경우 ITC를 적극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힐러리 후보가 집권한다면 신기후체제의 조기 안착과 각국의 감축 노력이 현실화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 등에 주어진 온실가스배출 감축 의무도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정유사에는 트럼프의 당선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미국이 원유 생산과 수출을 늘리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만드는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의 하락폭보다 원가 하락폭이 더 커지며 정제마진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예측불허의 '괴짜'로 평가받는 트럼프가 실제로 공약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트럼프가 국수주의자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원유수출 문제에 있어선 수출을 하지 않으려는 민주당이 오히려 더 국수주의적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도 미국 석유기업들은 다시 유불리를 따져 현재의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그동안 석유 수출을 하지 않았던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며 "업계는 오히려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업계 뿐 아니라 모두가 두려운 후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메리트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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