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고시' 옛말…공인중개사 시험에 청년층 급증

부동산 시장 활황에 20대 응시자 57.5% 증가

입력 : 2016-09-28 오후 2:55:13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20~30대 청년층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대거 몰렸다. 직장 유지 기간보다 퇴직 시기가 가까운 중장년층의 대안으로 인식되던 공인중개사 시험에 전도유망한 청년들까지 가세한 것이다.
 
빨라지는 퇴직시기와 그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 일부는 이력서용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눈을 돌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지고 있는 분양 광풍과 강남 재건축발 주택 매매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 27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 20~30대 응시자는 총 8만601명으로 지난해 시험과 비교해 38.2% 증가했다. 40~50대는 지난 26회 시험과 비교해 21.7%(10만3051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0대는 지난해 1만3928명에서 올해 2만1936명으로 57.5%나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대는 4만4394명에서 5만8665명으로 32.1%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접수 인원이 적지만 10대 역시 143명에서 517명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들은 올해 전체 접수 평균 증가율인 27.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40대 접수인원은 5만1969명에서 6만4456명으로 24.0% 늘었고, 50대는 3만2691명에서 3만8595명으로 18.1% 증가했다.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장년층에 속하는 70대와 80대는 각각 5.6%, 19.0%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접수 인원에서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8.8%에서 올해 42.1%로 늘어난 반면, 40~50대 중년층 비율은 56.3%에서 53.8%로 감소했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용 자격증으로 쓰일 수 있다"며 "원룸이나 오피스텔 중개시장에서는 기존 개업중개업자보다 IT에 능한 젊은 세대가 강점을 가지고 있어 그 시장을 노리는 층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호황을 체험하거나 목격한 주택시장 주요 소비 세력인 20~30대의 경우 경제활동연령 연장과 재테크 수단으로써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최모(35·남)씨는 "직장 생활의 피로감과 불안감, 퇴직 후 경제활동 연장을 위해 뭐라도 시작해야 했는데 공인중개사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월급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없다고 판단, 재테크 지식을 쌓는 차원에서도 공인중개사 시험은 유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중인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 강남권 재건축을 선도주로 한 부동산 시장 상승장은 부동산과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 41.9㎡는 지난해 말 7억4800만원에 거래되던 실거래가가 지난 달 9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8개월 사이 2억220만원이나 벌 수 있었던 것이다.
 
리얼투데이 집계를 보면 올 1~8월 신규 공급된 아파트 18만855가구에 총 241만790명이 1순위에 청약, 평균 12.8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경쟁률 11.0대 1보다 높은 수치로, 청약 광풍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올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총 접수인원은 19만1508명으로 작년 15만280명보다 4만1228명 증가했다. 2차 기준으로 27회 시험에는 11만4446명이 지원했다. 이는 2010년 12만7459명 이후 처음으로 10만명을 재돌파한 것이다.
 
금융위기에 의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6만2380명(2차기준)까지 떨어졌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인원은 최근 시장 회복과 함께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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