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올해 수주, 국내는 '대박' 해외는 '쪽박'

해외수주 절반으로 뚝…중동·아시아 시장 부진
기대감 높았던 이란 시장, 올해 직접적인 수주는 힘들 듯

입력 : 2016-10-04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국내 수주와 해외 수주 성적표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은 주택시장의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국내 수주 목표는 대부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해외수주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특히 올 초 건설사들의 기대감을 높였던 이란 수주도 내년부터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해외 수주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업체 당 평균 국내 수주액은 60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6억2000만원 대비 8.9%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수주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10년 내 가장 높다.
 
주택경기 호조로 서울 및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 물량이 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 대형 공사 발주가 이어진 덕분이다.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이미 국내 수주 목표량의 70~80%를 달성한 상태다.
 
2018년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집중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수주 목표 달성은 물론 초과 달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해외수주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29일 현재 기준 국내 건설사의 총 해외수주액은 184억555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급감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해외수주액이 단 9억달러에 그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국내 수주 및 해외 수주 비중도 뒤바뀌었다. 보통 해외 수주 비중이 전체의 60~7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국내 수주 비중이 60%대로 역전됐다. 상반기 말 기준 국내 공사 수주액은 총 30조6410억원으로 전체 수주 실적의 64.6%를 차지했다.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수주량이 늘었지만 금액 비중이 큰 중동과 아시아 지역 수주가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량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와 함께 올 들어 브렉시트 여파까지 겹치면서 해외수주고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경우 단일 국가로는 수주액 비중이 가장 큰 쿠웨이트가 32% 감소했고,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66%, 중국 59%, 베트남 45%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올해 해외 수주 실적 중 10억달러가 넘는 대형공사는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쿠웨이트 아주르 LNG터미널(30억달러)과 GS건설(006360)의 톰슨라인공사(146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아랍에미리트 중질유 처리시설(UAE POC) 등 국내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최종 계약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란 시장의 부진도 해외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시 이란과 체결한 계약은 총 66건, 371억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동 시장을 만회하고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의 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이란 시장을 주목했다. 하지만 국제 정치 상황과 결제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실질적인 수주 성과는 1건 47만10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주 감소는 해외수주 의존도가 높은 중동 시장의 발주물량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양질의 수주를 위해 내부 수주 심사가 강화된 점도 한 몫 했다"며 "현재 다수의 건설사가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수주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국내 수주는 크게 증가한 반면 저유가 여파로 인해 해외 수주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SK건설이 준공한 쿠웨이트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프로젝트인 KOCFMP 현장 모습. 사진/SK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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