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가 2012년 이후 4년 3개월 만에 맥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비맥주는 다음 달 1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01% 인상한다고 28일 밝혔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1081.99원에서 1147.00원으로 65.01원(6.01%)이 오르게 된다.
맥주값 인상설은 올 상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때마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움직임에 촉각이 모아졌다. 통상 지배사업자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후발업체들의 줄인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인상설이 불거질때마다 오비맥주는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며 줄곧 부인해왔다. 그러면서도 "맥아 가격 인상에도 4년 넘게 가격을 동결한만큼 인상의 명분은 있다"며 인상 시기를 엿보는 뉘앙스를 풍겨왔다.
결국 인상 시기를 검토한 끝에 11월을 맥주값 인상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오비맥주가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을 두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어수선한 정국 이슈를 틈타 부정 여론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오비맥주 관계자는 "4년 넘게 가격이 동결되며 올 초부터 인상 검토는 해왔지만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여름 성수기가 지난 뒤를 택했다"며 "빈 병 취급수수료 인상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두자릿수 이상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했고 다른 배경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오비맥주가 맥주값 인상을 단행한만큼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주류 등이 인상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사들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빈병 취급수수료 인상과 물가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수입 맥주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자칫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수입 맥주 점유율은 국산 맥주 점유율을 앞서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인상여부와 시기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에게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좀처럼 탈환하지 못하고 정체기를 겪고 있어 가격인상 시점을 두고 유불리를 신중히 따지는 모습이다.
롯데주류 측은 "가격 인상요인이 있긴 하지만 여러 요소가 고려돼야 하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주류의 주력 맥주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맥주를 표방하며 기존 출고가가 다른 맥주보다 높아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가격 인상이 회사는 물론 사회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주목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오비맥주가 선제적으로 인상에 나선만큼 시기만 달라질뿐 경쟁사들의 추가인상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4년만에 맥주값 인상에 나서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를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