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신 회계제도(IFRS 17) 도입이 2021년으로 확정되면서 올해부터는 생명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조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배당을 줄이고 유보금을 쌓는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 17 시행시기가 확정되면서 생보사들은 수조원의 자본확충 부담이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생보사들은 자본확충을 할 방법이 제한적이라 배당을 줄이고 그 돈을 자본 확충에 쓴다는 계획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계약서비스마진(미래이익·CSM) 반영 기준이 완화되면서 애초 예상보다는 자본확충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수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한 가지 방법보다는 후순위채발행, 유상증자, 배당축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IFRS 17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생보사들의 올해 배당성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년 주요 보험사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삼성생명(032830) 25.2%,
한화생명(088350) 27%, 교보생명 17.8%
동양생명(082640) 40.5% 였다. 확실한 배당성향은 올해 실적이 나와야 결정 나겠지만, 작년 보다 줄어들 것은 확실시된다.
특히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대주주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 배당을 줄여 단 한 푼이라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 필요한 돈은 20조~30조원 이상 이다. 한화생명도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이 가장 큰 보험사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고 자구안도 마땅찮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결국 자구노력으로 배당을 줄이고,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자사주 유동화를 통해서 최대한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IFRS17 시행이 2021년으로 확정된 만큼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를 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금을 쌓지 않고 배당을 한다면 CSM 기준 완화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CSM을 부채로 바꿔 인식하는 시점에 신계약의 마진율을 적용하는 '공정가치법'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국내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20~30% 줄어들 것으로 보여 배당을 줄이고 유보금을 쌓는 효과가 기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