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연이어 터진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한진해운 ‘법정관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대한항공 ‘노사 갈등’ 등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조양호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대한항공이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이들 3개 법인에 과징금 총 14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로 대한항공이 일감을 몰아주면서 총수 일가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터넷 광고 수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몰아줬다. 더욱이 수수료를 떼야 함에도 이유 없이 면제했다. 이를 통해 조원태 부사장을 비롯한 조양호 회장 자녀 3명이 이익을 차지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제점 판매 업무 보조, 일반 상품 카탈로그 통신 판매 등을 하고 있는 업체다.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조현아·조원태·조현민)가 각각 33.3%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11월 대한항공이 지분 전량을 매입해 현재는 대한항공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게 기내 면세점 구매 예약 웹사이트(싸이버스카이숍)의 운영을 맡기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인터넷 광고 수익을 모두 싸이버스카이가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여기에 통신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2013년 5월부터는 내부 부서에서 선물 용도 등으로 구매하는 가방, 볼펜, 시계 등의 판매 등 판촉물의 거래 마진율을 3배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5월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자,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의 주식을 전략 매입하고, 올해 4월 유니컨버스에 위탁했던 콜센터 운영업무를 한진정보통신에 양도했다. 현재는 공정위에서 요구한 사항을 모두 해소한 상태다.
여기에 세계 7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은 모두 매각하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다. 지난 40년간 이어온 종합물류기업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다. 창립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철학 역시 빛이 바래게 됐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이 일궈온 한진해운을 위기로 몰고가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악화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의 영업손실은 196억원, 당기순손실 2250억원을 기록했고, 2014년 영업이익 395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당기순손실 635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5650억원, 올해 당기순손실 110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항공업계 성수기인 올해 3분기 저유가와 수송객 증가 덕분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노사갈등이 격해지면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다음달 전면파업에 돌입해 회사를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조 회장은 조종사 업무가 과중하다는 한 직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비아냥 되면서 조종사 노조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앞서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까지 중복 되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하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조양호 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전체적으로 한진그룹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기에 조원태 부사장이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당했다는 점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