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9조원대에 인수하기로 한 세계 최대 전장 업체 하만의 이사진이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려 인수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하만의 일부 대주주가 삼성전자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소액주주들까지 합병에 문제를 제기했다.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협상 과정이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하만의 주요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애틀랜틱 투자운용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반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다.
하만의 팔리월 CEO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주요 주주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의 인수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 집단소송이 주주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수절차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라 하만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승인되며, 주총은 올 1분기 중 열릴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하만의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과 하만 디네쉬 팔리월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만 전시장에서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을 구현한 오아시스 컨셉차량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