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최한영 이성휘기자] 설 연휴기간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국민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이대로는 못 살겠다”였다.
여야 의원들은 3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역 경기가 엉망이다”,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 목소리로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해법은 각자가 속한 당에 따라 미묘하게 달랐다.
차기 대선 레이스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해 주목된다. 우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소위 ‘대세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대세였다. 그 뒤를 쫓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여야 구분 없이 “지역민의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 민심은 전체적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에 있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축이 됐던 보수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차기 대권과 관련해서 “반 전 총장은 (이념적 스탠스가 불분명해) 우리 쪽 아닌 것 아니냐고 의문을 많이들 이야기 한다”며 “상대적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지금 역할을 잘 수행하면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지역 분위기를 설명했다.
인천 중·동·강화·옹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지갑을 다 닫아서 경기가 최악”이라며 “지역구가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워 안보 걱정 목소리도 많았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안보관이 불안한) 문재인은 안 된다는 말이 많았고, 반 전 총장이 뜨지 않으니 황 총리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대선 기간이 짧아지니 당장이라도 사퇴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설 민심은 '바꿔야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정권교체의 요구였다. 한마디로 설 민심은 정권교체 네 글자”라고 강조했다.
당 소속 의원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내놨지만, 문재인 대세론에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서울 은평갑의 박주민 의원은 “탄핵이 빨리 결정됐으면 하고, 경제상황도 다들 안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다만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을의 윤관석 의원은 “빨리 탄핵하고 새 출발해야한다. 근본적으로 바꿔라. 경제도 민생위주로 하고 희망을 만들어달라는 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대세론은) 공식적으로 진행이 돼 봐야 아는 것”이라며 “그래도 지금까지 여당 쪽이 잘못했고 보수진영도 분열됐으니 이번에야말로 정권교체를 통해 대안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탄핵과 민생경제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비슷한 발언을 내놨다. 차기 대권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주장이다.
광주 북갑의 김경진 의원은 “박 대통령 측의 지연전술 탓에 헌재 재판이 늦어지면서 혹시 이러다 탄핵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내가 국민의당 의원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대세론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안 전 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권사람인 반 전 총장과는 함께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화순의 손금주 의원 역시 “전통시장 매출이 과거의 절반도 안된다는 걱정이 많았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전했다. 또 “(대세론은) 20·30대 일부 있는 것 같지만, 크게는 없었다. 오히려 안 전 대표가 양자 대결에서 이길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반 전 총장은 결국 여권 사람이라는 의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에서는 국민들이 민생에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기존 정치권에 실망감을 나타냈다면서 민생정책 중심으로 정치개혁을 해야한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서울 관악을의 오신환 의원은 “다녀보니 국민입장에서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 문제로, ‘어려운 민생을 돌봐라’, '정치인을 위한 정치로 함몰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대선 관련 이야기는 적었고, 정당의 명칭처럼 올바르게 정치하라는 격려의 말씀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의 장제원 의원도 “신당을 향해 잘 되라고 응원의 말씀이 많았다”면서 “부산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고향이지만, 대세론이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크다는 말과 함께 빨리 진영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성산을 지역구로 둔 노회찬 원내대표는 “크게 두 가지로, 국정농단 사태가 법과 질서에 따라 수습이 됐으면 하는 것과, 어차피 전 정권은 끝났으니 새 정부가 빨리 들어서 대한민국이 재출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는 “솔직히 특정 대선후보 개개인을 거론하는 것은 많이 못 들었다”며 “단순 정권교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여야 각 정당 지도부가 설 연휴를 맞아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좌측 상단부터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순이다. 사진/뉴시스
최용민·최한영·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