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먹거리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010년쯤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기 시작했다. 밤 12시까지 시장이 시끌벅적했는데 지금은 저녁 8시만 돼도 시장이 썰렁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광장시장은 빈대떡, 마약김밥 등 먹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 5~6년 사이 외국인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중국인관광객들로부터 서울 10대 한류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일부 먹거리 노점을 제외하고는 중국인관광객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인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시장내 근무 중인 관광안내원 박모씨는 "올해 들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절반 가량 줄었다.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자체 통계를 내는데, 특히 이달 들어서 확연하게 수가 줄었다는 게 느껴진다"며 "단체 중국인관광객들을 실은 전세버스가 동문과 서문에 줄지었는데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남대문시장. 중국인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남대문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중국인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모습은 사라지고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아동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중국인관광객들이 와서 옷을 열댓 벌씩 사가곤 했다"며 "오늘은 이 시간까지 중국인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한켠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역시 "주위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중국인관광객이 거의 없다"며 "사드 문제 이후에 남대문시장에 중국인관광객이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가 전통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조치로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글로벌화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중국인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중소기업청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동대문시장 등 4곳을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선정해 시장 당 3년간 최대 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정선아리랑시장 등 4곳은 글로벌도약시장으로 선정돼 3년간 25억원 내외의 지원을 받는다.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안내 책자를 만들고, 편의시설도 늘리고 있지만 외국인관광객 수가 줄면 이 같은 노력도 소용 없는 것 아니냐"며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