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며 식품업계의 기업별 주요 의결 안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주총의 주된 키워드는 사업다각화를 통한 체질개선, 지주사 전환, 오너가의 경영참여 등이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은 이달 중순부터 잇따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 10일 주총을 가진
신세계푸드(031440)를 시작으로 17일
농심(004370)이 주주총회를 개최했으며, 20일부터 24일까지
샘표(007540),
삼양사(145990),
롯데제과(004990),
롯데푸드(002270),
삼양식품(003230),
빙그레(005180),
SPC삼립(005610),
매일유업(005990), 크라운제과,
CJ제일제당(097950) 등 10여곳이 넘는 식품회사 주총이 대거 몰렸다.
주총이 예정된 기업들은 저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외에도 신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목적 추가, 지주사 전환, 오너일가 등기이사 선임 등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우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업목적 추가에 나선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주총에서 출장 및 이동음식업, 차량용 연료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신세계푸드가 주유소와 연계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에 나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휴게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PC삼립과 CJ푸드빌,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이 주도하던 사업에 신세계가 본격 가세하며 경쟁구도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선언한 빙그레는 24일 예정된 주총을 통해 신규 사업목적을 6가지를 추가한다. ▲세제·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포장재, 포장용기 제조 및 판매업 ▲음식점업 및 급식업 ▲식품산업용 기계 임대 및 판매업 ▲무형재산권의 임대 및 판매업 ▲브랜드 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선스업 등 신 사업 추진을 대거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식품산업용 기계 임대 및 판매업을 추가해 지난해 선보인 '소프트랩'을 통한 B2B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는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 냉동식품 위주의 가정간편식(HMR)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며 연내 케이크를 비롯한 베이커리, 외식, 급식사업 등에도 뛰어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주총이 예정된 SPC삼립도 ▲천연 및 혼합제로 조미료 제조업 ▲기타 과실·채소 가공 및 저장처리업 ▲기타 비알콜음료 제조업을 새 사업목적에 넣는다. 이는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에 따른 사업 강화의 목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푸드는 늘어난 물류 증가에 따라 물류업무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화물운송업 ▲물류서비스업 ▲음식료업 도소매업을 새 사업목적에 넣었다.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에 나선 기업들은 주총을 통해 정관변경 등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24일 분할계획서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해 지주회사 부문과 유가공제품의 개발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유가공 사업부문으로 분리한다. 샘표식품도 지주회사로 전환해 기존에 있던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한 정관을 삭제했다. 오리온도 주총에서 인적분할과 액면분할을 의결할 예정이다.
오너가의 사내이사 선임에 따른 지배력 강화 움직임도 엿보인다.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에 따라 주류와 음료 부문 대표가 각각 선임된 롯데칠성음료는 24일 주총을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사내이사 합류에 따라 롯데칠성음료는 해외사업 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신 회장으로서는 롯데쇼핑 지분 3.93%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권을 강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의 장남 진석씨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경영학과를 나온 진석씨는 현재 남양유업 경영기획본부 상무로 경영수업을 받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사내이사 재선임 후보에 다시 이름을 올렸으며, 매일유업 삼남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과 사촌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도 각각 기타상무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선임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식품업계 주총은 유독 신사업 추가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라며 "내수시장 불황 속 사업다각화가 절실해진만큼 기업들이 주총을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위한 새로운 사업 진출 선언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주총을 통해 사업목적 추가에 나선 SPC삼립(왼쪽)과 빙그레 본사.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