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는 2017년 04월 24일 ( 15:31:13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9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작년 4월 4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1년 만에 5조원 가까운 자금을 불렸다. 같은 기간 펀드 수는 78개에서 359개로 급증했다. 기관이나 초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헤지펀드가 점차 영역을 확대하면서다. 중위험 중수익 안정성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자산가들의 필수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며 폭풍 성장한 결과다.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낮아지고 신규 운용사 진입요건이 낮춰지는 등 금융당국의 헤지펀드 활성화 의지에 헤지펀드 수요 확대가 맞물린 점은 시장의 열기를 더 끌어올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총 운용자산(AUM)은 지난 21일 기준 8조6136억원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 설정액이 지난 2월 7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1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큰 손'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기관의 헤지펀드 투자가 시작됐고 증권사들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판을 키웠다. 구조화상품 운용부문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헤지펀드를 돌파구 삼아 진출하고 있고 전문투자자 진입규제 완화로 자문사들의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이 늘고 있다.
뜨거워진 초대형IB PBS 경쟁
연초 이후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이 늘면서 뭉칫돈을 대거 끌어 모았다. 올 들어 10개 넘는 헤지펀드 운용사가 설립됐고 이들 운용사들이 설정한 헤지펀드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증권사 인하우스 헤지펀드 출시가 본격화한 것도 규모 성장 배경이 됐다. 현재 교보증권과 신영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출시했으며 서너 곳의 증권사가 연내 헤지펀드 시장 진출 시기를 조율 중인 상황이다.
헤지펀드의 다양한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수익률이 차별화되면서 장점이 부각된 점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모은 이유가 됐다. 특히 일련의 시장 성장 속 일부 안정화된 변동성을 보여준 펀드로는 투자 집중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여전히 성장 초입이다. 올해는 전략 다변화에 따른 차별성이 돋보이는 펀드와 그렇지 못한 펀드로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대형 증권사들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계약 경쟁도 치열해졌다. 헤지펀드 시장 확대에 힘입은 것으로
NH투자증권(005940)과
삼성증권(016360),
미래에셋대우(006800),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PBS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의 큰 수익모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PBS는 헤지펀드 운용사에 증권대차, 신용공여, 담보관리, 펀드재산 보관·관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점유율 33.6%의 NH투자증권이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증권(22.6%), 미래에셋대우(16.7%), 한국투자증권(13.2%), KB증권(11.7%), 신한금융투자(2.2%) 등이 PBS 업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사모펀드여서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주식 롱숏 위주였던 기존의 사모펀드와 달리 장외주식이나 공모주, 메자닌 투자 등 다양한 자산을 통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들이 늘면서 자산가들의 구미를 돋웠다.
덩치 커졌지만 성과는 미흡…3분의 1이 마이너스 수익
하지만 아직 수익률은 초라하다. 시장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전체 헤지펀드의 3분의 1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전체 헤지펀드(359개) 중 114개 펀드가 마이너스로 최대 -26.42%(토러스투자증권의 ‘토러스대체투자헤지펀드 제1호’) 손실이 잡힌 것도 있다.
인덱스 주식형펀드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날 기준 319개 헤지펀드(2015년 이전 설정된 21개 펀드 제외)의 연환산수익률은 3.49%, 누적 평균수익률도 2.35%에 그쳤다. 263개 국내 인덱스펀드 1년 평균수익률인 12.71%와 대조적이다. 올 들어 전체 359개 헤지펀드의 평균 성과(0.63%)와 263개 인덱스펀드 성과(7.20%)는 12배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를 먼저 보여준 건 미국이다.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액티브 헤지펀드와의 10년 내기에서 9년 차인 지난 연말 기준 연환산수익률이 각각 7.1%, 2.2%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다. 50만달러를 건 내기의 주도자는 워렌 버핏으로 시장은 현재 연말 ‘버핏의 승’에 베팅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는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 시장의 평균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용기법이다. 최소 비용으로 투자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능한 적은 종목으로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저렴한 장점을 가졌다. 통상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에 따라 각양각색의 종목이 담긴 일반적인 펀드와 구분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헤지펀드(운용보수 2%, 수익의 20%) 만큼은 아니지만 헤지펀드 보수는 일반 펀드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더구나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장기투자에서 헤지펀드가 인덱스펀드 성과를 앞서긴 어렵다"며 "추후 성장성이 회복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모를까 당분간은 인덱스가 헤지펀드 성과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헤지펀드 총 운용자산(AUM)은 지난 21일 기준 8조6136억원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 설정액이 지난 2월 7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1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