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 9단이 23일 중국 저장성 자싱시 우전에서 인간과 기계간 2라운드 대결을 치뤘다.
대국을 주관하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와 중국바둑협회는 이날부터 27일까지 '바둑의 미래 서밋'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바둑고수와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모색하게 된다.
알파고는 이날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부터 열리고 있는 커제 9단과 첫 대국을 시작으로 격일로 25, 27일 세 차례에 걸쳐 일대일 대결을 치룰 예정이다.
커제 9단이 중국 우전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23일 알파고 첫 대국을 치루고 있다. 사진/구글
커 9단은 중국 바둑순위에서 20개월째 1위에 올라있는 기사로 세계 랭킹에서도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의 5차례 대국에서 4대 1로 압승했던 알파고가 또 다시 인간에게 패배를 안길지 주목된다.
지난해 대국으로 프로 9단 타이틀을 부여받은 알파고는 그간 인간의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알파고 2.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알파고는 작년 대국 당시에도 구글이 고안한 AI용 칩인 TPU(텐서프로세서유닛) 기반의 서버를 써, 엔디비아 등 타사 칩을 쓰는 HW와 비교해 연산 속도가 몇십배 이상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머신러닝(자율학습) 등 AI 고유 작업을 위해 치밀하게 칩을 최적화시킨 덕이다.
이번 달 개발자 회의에서 구글은 해당 AI용 칩의 개량판인 TPU 2세대를 전격 공개했다. 구글에 따르면 TPU 2세대는 현존하는 타사의 최정상 AI용 HW와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연산 속도와 효율이 높아졌다.
TPU 2세대는 검색과 클라우드(전산설비 원격 대여 서비스) 등에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알파고는 구글의 간판 제품이란 위상을 볼 때 이미 TPU 2세대가 투입됐을 것이 관측이 많다. HW 면에서 이미 세계 최강자인 셈이다.
SW 차원에서도 '광속' 수준의 도약이 이뤄졌다. AI는 자율학습 능력이 있어 인간보다 훨씬 빨리 많이 예전 사례를 분석해 특정 분야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 대국 전에는 인간 기사들이 뒀던 '기보'를 대거 학습해 역량을 키웠지만, 이번 경기를 대비해서는 아예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혼자 바둑을 두며 실력을 다지는 방식을 썼다.
예전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기발한 수'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바둑의 승패를 종종 뒤엎는 이런 예측불허의 판단은 알파고 이전에는 순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치부됐다.
세 차례의 대국에 걸린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다.
26일 오전에는 알파고A와 구리(古力) 9단, 알파고B와 롄샤오 9단이 복식조를 이뤄 상대와 대국을 펼치는 복식전이 펼쳐진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함께 배운다'는 콘셉을 도입한 새로운 대전 방식이다.
오후에는 천야오예·저우루이양·미위팅, 스웨·탕웨이싱 등 9단 기사 5명이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