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자본잠식에 빠진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무상감자를 진행한다. 수년째 부진이 계속되자 수술의 칼을 빼들었다. 재무통으로 꼽히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부실한 자회사를 상대로 어디까지 매스를 들이댈지 주목된다.
미디어로그는 지난 24일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4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사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무상감사는 주주총회 의결 사항으로 오는 7월3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종 결정되면 한 달 후 감자가 진행된다. LG유플러스가 지분 98.35%를 보유한 지배주주이기 때문에 감자 실시는 확실하다. 감자 이후 미디어로그의 자본금은 402억7440만원에서 100억686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발행주식 총수도 8054만8807주에서 2013만7201주로 낮아진다.
미디어로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의 LG유플러스 상암사옥. 사진/유희석 기자
미디어로그는 이번 감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디어로그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402억7440만원, 자본총계 273억원으로 130억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다. 2015년 152억원, 2016년 42억원 등 매년 계속된 적자로 회사 재정도 악화됐다. 결손금도 305억원에 이른다. 미디어로그 최대주주인 LG유플러스는 이번 감자로 300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2014년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출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른다.
미디어로그는 2000년 3월 설립됐으며, 2012년 5월 사명을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에서 미디어로그로 변경했다. 인터넷통신 서비스와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하다, 2014년 7월부터 알뜰폰(MVNO) 사업에 뛰어들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미디어로그는 지난 3월말 가입자 기준 알뜰폰 사업자 순위 10위에 그친다. 경쟁사인 SK텔링크(2위), KT엠모바일(6위)보다 낮다.
미디어로그의 지난해 매출액은 2239억원으로 LG유플러스 자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모회사인 LG유플러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7월에는 LG유플러스가 미디어로그의 콘텐츠 수급 사업부를 90억원을 내고 양도받는 형식으로 간접 지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미디어로그의 이번 감자 배경에 권 부회장의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본다. 권 부회장은 그룹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재무 전문가로 ‘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5년 말 LG유플러스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미디어로그와 아인텔레서비스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수술대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전문가인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온 이후 비용절감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회사에 계속 돈을 쏟아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의 무상감자는 단순히 결손금 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