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에서 올해 처음으로 야생 진드기에 물려 목숨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다. 진드기는 한 번 숙주에 달라붙으면 강력 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에 몸의 일부를 박고 오랫동안 피를 빤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병원체를 전파한다.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진드기 때문에 걱정도 커진다. 진드기 매개질환에 대해 홍성관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국내 전역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봄에서 가을철까지 활동하며 5월에서 8월까지가 집중발생 시기다. 일반적인 진드기와 달리 산과 들 등 야외에서 활동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치사율은 6~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잦은 요즘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 이후 감기 증상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고, 이후 설사가 나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고, 심지어는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망한다.
홍성관 교수는 "SFTS 증상은 독감이나 식중독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과 초기증상이 유사해 쉽게 감별해내기 어렵다"며 "야외활동 후 열이나 구토, 설사의 증상을 보이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의 판매되는 해충기피제에는 DEET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여러가지 해충들이 가장 싫어하는 약재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진드기 차단에 도움이 되지만 독성이 강해서 어린 아이들과 임산부가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쯔쯔가무시병도 대표적인 진드기 매개질병이다. 쯔쯔가무시병의 원인 병원체는 'Orientia tsutsugamushi'라는 리케치아(세균의 일종)로 털진드기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털진드기는 집쥐, 들쥐와 같은 숲이나 시골의 설치류에 기생한다. 사람을 물어 병을 전파하는 것은 유충이다. 털진드기가 많이 사는 숲이나 관목 지역을 사람이 지나가게 되면 유충이 우발적으로 사람의 피부에 부착하게 돼 조직액을 흡입할 때 균체가 주입돼 발병한다.
연중 발병이 가능하나 90% 이상이 늦가을인 10월과 11월에 주로 많다. 고열, 두통, 원발 병변인 가피와 반점상 발진이 특징이다. 늦게 치료가 되거나 고령자에서 드물게 쇼크 , 호흡부진, 신부전, 의식저하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고 합병증 없이 치료된 후에도 전신 쇠약감, 근육통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쯔쯔가무시병 예방을 위해서는 아직 개발된 백신이 없으므로 진드기에 안물리는 것이 최선이다. 또 늦가을에 관목 숲이나 유행지역에 가는 것을 피하고, 직업적으로 노출을 피할 수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잔류성 살충제를 진드기 만연지역에 살포해야 한다. 피부 노출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긴 소매의 옷과 바지를 착용하고 바지 끝, 소매 끝, 허리 띠 부위에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예방에 도움을 준다. 발병 후에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진드기 매개 뇌염은 진드기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4월~11월 사이에 농촌에서 자주 발생한다. 진드기 매개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며, 살균되지 않은 염소젖, 양젖, 우유로 인해 감염되기도 한다. 진드기 매개 뇌염 바이러스는 수혈, 장기이식, 모유수유를 통해 전파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진드기 매개 뇌염 환자가 보고된 적은 없다.
보통 7일~14일 정도의 잠복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발병 초기에는 발열, 권태감, 식욕부진, 근육통, 두통, 오심, 구토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후에는 발열, 두통이나 경부 강직, 기면, 혼돈, 감각장애, 마비 등 중추신경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합병증으로 경련, 마비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올 수 있다. 30~60%의 환자에서 장기적 혹은 영구적인 신경학적 증상이 남을 수 있고, 10~20%의 환자는 신경정신학적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이 병 또한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진드기 매개 뇌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생국가 여행 시 기피제를 사용하고, 방호복을 착용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에서 생산된 백신이 있으나 전세계적으로 통용되지는 않고 있다. 진드기 매개 뇌염 발생국가 여행자는 접종을 하는 것이 좋지만 국내에는 백신이 도입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진드기 매개질병 예방 수칙으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고 눕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해 햇볕에 말리고 밤 따기나 등산 등 야외활동 시 긴 소매와 양말 착용하는 게 좋다"며 "작업 및 야외활동 후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작업복, 속옷, 양말 등은 바로 세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은 치사율은 6~10% 내외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