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출시 한달을 넘긴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거세진 공세에
KT&G(033780)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판매망까지 대폭 확대되는 공격적 마케팅까지 더해지자 KT&G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정식 출시한 아이코스는 초반 흥행에 힘입어 이달 들어 판매처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코스의 기존 판매처는 서울권 CU 편의점으로 한정돼 왔다. 그러나 이달 15일부터 부산에 아이코스 전용 스토어가 오픈하며 지방 공략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대구, 울산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 분당, 판교, 일산 등 경기권에도 7월 중에 아이코스 스토어 등을 열어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공식스토어 외에 CU편의점이 독점판매하던 기존 전략을 탈피한다. 이달 13일부터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이마트위드미 등 총 2500여개의 새로운 편의점에서 아이코스 및 히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판매망 확대는 아이코스의 점유율 확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필립모리스는 구체적인 판매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일선 편의점의 한 점주는 "기기가 들어오기 무섭게 나가고 있고, 선주문 한 고객이 아니면 판매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이코스의 돌풍이 식지 않자 담배시장 1위 KT&G의 머릿 속도 복잡해지고 있다.
궐련형 담배 시장 특성상 한번 선점된 시장을 뒤집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KT&G로선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궐련형 담배는 제품을 가열하기 위해 히팅기기가 필요하고, 기기 가격은 보통 10만원 전후의 고가로 책정된다. 이로 인해 KT&G가 하반기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다고 해도 아이코스에 흡수된 소비자들이 기기와 호환이 되지 않는 KT&G로 넘어올 가능성도 적다.
이에 전담 TF팀을 이미 꾸리며 공을 들여온 KT&G도 아이코스에 대항할 제품 출시시기를 더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출시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아이코스의 시장선점 효과를 약화시켜 점유율 방어에 용이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기에 8월 중순 경 BAT 코리아가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출시를 차일피일 미룰수도 없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전자담배의 출시시기가 9월로 일부 보도되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연내 출시는 맞다고 보지만 구체적 출시 시점은 내부 검토를 걸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이코스가 방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황에서 KT&G가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에 대해 세계 특허 2000여개, 국내 특허 678개를 출원했고 BAT 역시 비슷한 수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이미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제품 개발을 착실히 준비중인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세수 문제와 유해성 논란이 여전해 고려할 사안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광화문 아이코스 전용스토어 직원이 형형색색의 아이코스 기기를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