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불쾌지수 높이는 층간소음·흡연

층간소음 규정 명시 등 예방책 필요

입력 : 2017-07-20 오후 4:53:06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 성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사는 박모(31)씨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위 아래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위로는 밤 12시만 되면 나타나는 층간소음이 잠을 설치게 하고, 아래로는 층간흡연이 코를 틀어막게 한다. 박씨는 출근이나 외출할 때 화장실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어놓는 일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담배 연기가 화장실을 통해 퍼지기 때문이다. 아래층에 사는 남자에게 확인해보니 흡연자가 아니라고 한다. 박씨는 지금도 정확히 어느 집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지 모른다. 야근이 잦은 박씨는 밤 12시가 넘어 잠이 드는 날이 많은데, 위층에서는 박씨보다 더 늦게 퇴근하는 이웃이 말썽이다. 발걸음 소리, 물건 끄는 소리가 박씨의 수면을 방해한다. 어느 날은 층간소음이 너무 심해 결국 관리실을 통해 이웃에게 간접 경고를 하고나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층간소음·층간흡연이 시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에만 1555건의 층간소음 상담민원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8건 증가한 수치다. 서울(17%), 경기(52%)가 6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인터넷상담 신청 3736건 중 2826건(75.6%)은 갈등이 심해 현장진단을 요구한 사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 1년간 접수된 상담 1847건 중 층간소음을 포함한 소음 관련 상담이 67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담배 연기를 비롯한 흡연·매연·악취는 101건이었다.
 
층간소음 등 이웃 갈등은 끔찍한 결말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는 식사를 하던 중 층간소음에 격분한 여성이 윗집 이웃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현병을 앓았던 가해 여성에게 층간소음이 사건의 씨앗이 됐다.
 
층간소음·층간흡연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지난 18일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층간 간접흡연에 대해 층간소음과 유사하게 피해 방지 제도를 마련토록 했다. 앞으로 공동주택 입주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흡연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벽간 소음 등 대각선에 있는 세대 간 소음도 층간소음 범주에 포함하도록 바뀌었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층간소음의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층간소음 데시벨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 등을 공동주택 신축 시 설치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층간흡연의 경우 공동주택에서 따로 흡연 공간을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층간소음 갈등으로 윗집 이웃이 아랫집을 찾아가 출입문과 주차돼 있는 차량을 부순 사건이 있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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