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나 틱장애와 같은 소아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치료가 부모의 학력과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차이는 부모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미국 NBC 뉴스는 지난 5월, 소아과학지회지 최신판을 인용해, ADHD 아동 중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아이들이 백인 아동에 비해 약물치료를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발표했다. 또 이들의 경우 민간요법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비율도 높았다.
국내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제 수준이 낮거나 학력 수준이 낮은 부모들이 검증된 약물치료나 상담 대신 대체의학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학력자일수록 현대의학과 과학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둘째, 고학력자일수록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셋째, 저학력자들이 ADHD나 틱장애 같은 소아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다른 신체질환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며, 넷째, ADHD의 낙인이나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학력이 높은 부모일수록 최신 의학에 대한 지식을 직접 찾아보는 경향이 많아 주변 비전문가들의 말에는 귀를 덜 기울인다. 그러나 저학력자의 경우 스스로 지식을 찾아보지 않고 주변의 입소문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 고학력자들은 당뇨나 암이 완치된다는 광고에 솔깃하지 않는다. 약 없이 ADHD 치료가 가능하고, 빨리 치료하면 틱 장애가 예방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도 정부의 발표와는 왜 다른지 합리적인 의문을 가진다.
고학력 부모들은 정신의 문제를 신체의 일부인 뇌의 생화학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반면 저학력 부모들은 정신과질환을 영적이거나 가족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성인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질환에 대해서는 뇌의 질환이라고 인식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나, 아직도 ADHD, 틱장애 같은 소아정신질환 영역은 뇌의 질환이라는 인식보다는 부모 탓, 또는 교육 제도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학력이나 경제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는 ADHD의 낙인이나 편견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아정신과 기록이 남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저소득층, 저학력층에서는 치료를 받더라도 비보험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아정신과학회 미디어팀 관계자는 “고학력자는 정신과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이나 제약회사, 의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주변 지인의 추천을 더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주변 지인 역시 저학력층인 경우가 많아, 유명하고 실력 있다고 광고하는 곳을 찾기 십상이다. 따라서 저학력, 저소득층의 자녀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계몽운동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가정환경에 관계없이 아이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적 지원 체제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