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중국 최대 쇼핑행사이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의 하루 매출액이 28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유통기업들도 예상밖의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한중 양국 정상이 우호관계를 재확인한 것과 맞물려, 중국인 고객들의 귀환 등 '중국발 훈풍'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유통가에 퍼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 등 주요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30% 올랐고, G마켓·11번가·글로벌H몰 등 중국인 대상 온라인몰 매출도 껑충 뛰었다. 중국에서 고전하던 화장품업계도 모처럼 함박 웃음을 지었다. 주요 기업들이 '반한감정'을 우려해 광군제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줄줄이 낮춰 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반전'의 결과다.
특히 11일,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교류 정상화를 약속했고, 다음달 문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는 만큼 한중관계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분석과 함께 관련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올해 광군제 기간동안 총거래액 기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 순위에서 두 계단 밀려났지만, 사드 갈등으로 악화됐던 양국 관계와 반한 감정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우선 사드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들이 웃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광군제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5%, 오프라인 10% 등 총 11% 증가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의 중국사이트도 광군제 기간(1∼11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으며, 갤러리아의 중문 온라인면세점은 광군제 기간(5∼11일) 매출이 전년 대비 10% 늘었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4억5600만 위안(약 7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달성했던 일매출 3억2900만 위안(약 563억원)보다 39% 증가한 수치로, 국내 기업 중 광군제 당일 기준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온라인 역직구몰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069960)이 운영하는 현대H몰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글로벌H몰'에서 발생된 광군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샵'도 광군제 기간 매출이 지난해 보다 106% 신장했다. SK플래닛 11번가도 11일 하루동안 사상 최대 일 거래액 64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1분당 4400만원씩 거래된 셈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37% 증가한 성과다.
사드 직격탄으로 신음했던 화장품업계도 광군제 특수로 함박웃음이다.
LG생활건강(051900)은 광군제 기간 티몰닷컴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68%, 생활용품 매출은 104%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역직구 사이트인 티몰 글로벌에서도 화장품과 생활용품 모두 지난해보다 46% 가량 매출이 늘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현지 실적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니스프리의 온라인 예약 판매만 100억 원의 실적을 사전 달성하는 등 올해도 광군제 특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기간동안 국내 기업이 예상치도 못한 기대이상의 특수를 누린 것으로 봐서 앞으로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며 "다음달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중국 마케팅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군제가 열린 11일, 알리바바가 실시간 판매액을 중계 중인 모습(왼쪽). 국내 주요기업들의 광군제 기간 성적표.그래픽/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